일상/추억의 그림자

아름다운 가을여행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0. 21. 06:41

 

유난히 가을햇살이 맑고 투명하게 부서지는 어제

 우리는 딸네 식구들,  아들과 함께 이사 갈 집을 둘러보러 갔습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정오 무렵이라 시골은 겨울에 무조건 추울 거란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네요.

실내도 전날 주인이 묶어갔기네 온 집안이 훈훈하고 발 옮길 때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이 좋았습니다.

이런 기분을 가지고 이사를 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오늘의 따스함을 믿고 싶어지는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특히 아파트에만 놀던 정원이가 마당을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우리의 전원생활이 외손녀나 아이들에게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집을 보고 나오는 길에 이포보 위를 걸어도 보았네요.

물이 녹조현상인지 유난히 짙푸른 게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백로의 알을 상징한다는 조형적인 이포보 구조물,

 그 알 속에는 수문을 작동하는 권양기가 들어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결국 시선을 끄는 저 둥근 모양이 권양기 집이었단 말이네요.

디자인을 생각해서 지은 건축물이라  구름 두둥실 떠다니는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은 아름답기는 합니다.

 이포보 구경을 하고 이포대교 건너에 있는 천서리 막국수 마을 홍원막국수에서 막국수와 수육을 먹었네요.

그곳은 명성만큼이나 손님이 얼마나 많던지  오래 자리에 앉아있기가 미안할 정도였네요.

손님이 워낙 많다보니 위생 상태나 서비스 질은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만

음식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네요.

 

 

 

 

 

아이들과 헤어져 어머님이 계시는 의성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을이 풍성하게 영글어있었습니다.

누렇게 익은 벼가 서쪽으로 떨어지는 햇살에 유난히 그 색이 짙네요.

워낙 쌀이 귀하던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어서 이런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행복합니다.

해가 산을 넘어가는 시간에 고향 의성으로 들어섰고 농부들은 도로 옆에서 벼를 말리는 것을 거두어들이지 않을 모양입니다.

제 어릴 적에는 뒤주에 있던 벼도 훔쳐가던 시절이란 생각을 하면 참 살만해졌구나 싶은 생각은 저절로 듭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보며 내려온 유난히 햇살 고운 날의 고향 오는 길은

그래서 따로 길 따나는 여행보다 더 아름다운 가을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