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안동에 가서 여고동창들과 계모임을 하고 왔습니다.
안동에 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던 친구들이지만
이제는 제가 내려오는 날에 갑작스럽게 연락을 해서 이렇게 만나네요.
한옥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 섭섭하여 어디 차라도 한 잔 할 때가 없을까하고 돌아보니
안동서부시장 쪽에는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나 커피 전문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의 느낌이 나는 다방에서 차를 마셨어요.
인테리어도 거기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풍경,
친구들은 모두 그 풍경에 추억을 끄집어 내네요.
우리들이 30여 년 전 남편과 맞선을 볼 때의 느낌 그대로의 풍경이었거든요.
우리들은 '베사메 무초' 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처럼
그 옛날 흐르던 음악도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며 적당한 남편 흉과 아이들 자랑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래된 찻잔이나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스푼과 함께한 생강차는 요즈음 흔한 카페에서 먹어보던 맛보다는 훨씬 진한 맛입니다.
마치 오랜 세월 무르익은 우리들의 우정 만큼이나요.
담쟁이 울긋불긋 단풍 드는 이 계절,
고향 길에 이런 오래된 친구들이 없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싶네요.
이제 나이 60줄에 들어서는 친구들
앞으로도 저 담쟁이 넝쿨처럼 우정으로 얼기설기 어울려 오래도록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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