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행사

이쁜이 동굴에서 '시집가는 날'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0. 29. 06:54

 

 

지난 27일 오후 4시 30분 광명가학광산동굴 예술의 전당에서는

뉴서울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시집가는 날' 공연이 있었습니다.

동굴무대의 특성 때문에 3시간에 결쳐 공연하는 오페라를 1 시간 남짓하게 갈라오페라로 공연을 했습니다.

동굴에서 시집 가는 이쁜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다녀온 '시집가는 날' 공연 이야기를 올립니다.

 

 

 

 

 

오랜만에 찾은 광명가학광산동굴은 지난 번 찾았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광명자원회수시설에 있는 주차장이 아닌 동굴 바로 밑에 있는 작은 주차장과 동굴입구도 자갈을 두껍게 깔아 비가 내려도 질벅거림이 없게 정비를 했고

동굴 안에는 동굴에서 나오는 물을 이용한 수족관에서 우리나라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물고기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동굴의 물이 맑다는 생각을 하니 동굴 안의 공기까지 더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예술의 전당으로 들어가 봅니다.

 

 

 

 

 예술의 전당에는 이미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어제 오후에도 이 공연을 했었는데 휴일 마지막 날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많음이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두 안전모를 쓰지 않고 앉아있습니다.

저는 쓰고 들어갔는데 말입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사회자가 말하더라고요.

"공연 중에 모자가 떨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으니 모자를 벗어 내려놓으세요."

라고요.

저만 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관객들을 배려하는 것이 돋보입니다.

사회자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오페라를 즐기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줍니다.

사회자의 말을 빌리면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은

"오페라는 
첫째, 16세기 말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음악극의 흐름을 따른 것이어야 하며,
둘째, 대체로 그 작품전체가 작곡되어 있어야 합니다. 즉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오페라이죠.
반면에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극의 플롯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입니다. "

랍니다.

또 오페라를 즐기는 법에 대한 설명도 해줍니다.

"오페라를 즐기려면 곡 전체를 이해하면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알고, 막이 끝날 때마다 갈채를 보내면 오페라가  훨씬 즐거울 겁니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오페라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집가는 날' 의 줄거리를 이야기 해줍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광명시장님의 간단한 축하말씀도 있었습니다.

"광명가학광산동굴에서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즐거운 공연관람을 하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저도 그런 날이 빨리와서 지금보다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에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왼쪽부터 맹진사역의  베이스 이정근, 갑분이 역의  소프라노 김문희, 이쁜이 역의  소프라노 한상은, 미언 역의  테너 신재호랍니다.

각자 배역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오늘 오페라를 빛내줄 주인공들이라 관객들은 큰 박수로 맞이합니다.

오페라 ‘시집가는 날’은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임준희 씨가 작곡, 김영무가 각색을 맡은 작품이랍니다 .

 

 

 

드디어  '시집가는 날' 의 막은 오르고 총 4막으로 이루어진 공연은 시작됩니다.

 

 

제1막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김판서 댁의 아들 미언과 맹진사의 딸 갑분이의 몸종인 이쁜이는 이루지 못할 사랑에 눈물 흘리고,

탐욕적이고 권력지향적이며 허세가 대단한 진사 맹태량은 가문의 영달을 위해 도라지골 김판서댁의 아들인 미언에게 딸 갑분이를 시집보내려고 합니다.

그는 권문세가와 혼인을 한다는 들뜬 생각에 정작 신랑감은 보지도 않고 혼약을 맺고 자못 의기양양합니다.

 

 

 

 

듬직한 모습의 미언과 이쁜이의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가 돋보이는 미언과 이쁜이의 이중창에 관객들은 숨을 죽입니다.

또 맹진사역을 맡은 배우는 원래의 모습이 저런지 아니면 분장을 잘해서 그런지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이 그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그런 분장과 함께 호소력 짙은 주인공들의 공연에 관객들은 막이 끝나고 박수를 보냅니다.

 

 

 

 

 

제2막

 그러나 김판서댁이 혼례를 하루 앞둔 날 신부와 신부집안의 속마음을 떠보려고 일부러 사위감인 미언이가 비정상이라는 소문을 퍼뜨리자 온 집안은 발칵 뒤집혀 소동을 벌입니다.

그렇다고 혼사를 지르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턱걸이 혼인을 하는 주제이니 말입니다.

갑분이는 한사코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난감해진 맹진사는 백방으로 묘책을 알아보지만 묘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갑분이의 몸종인 이쁜이를 신부로 꾸며 혼례를 치르도록 계책을 꾸밉니다.

그리고 갑분이는 운산골 숙부 댁에 보냅니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에는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기 마련이지만

요렇게 사랑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고 이해타산이 먼저인 결혼 이야기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특히 이런 치사한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관객들은 팔짱을 끼고 혀를 찼겠지요?

 

 

 

 

제3막

드디어 다가온 혼롓날, 정작 맹진사댁에 도착한 신랑 미언은 장애는 고사하고 이목이 수려한 장부입니다.

이에 크게 놀란 맹진사는 혼례 날짜를 미루고 갑분이를 데려오려고 합니다.

그러나 갑분이를 데리러 운산골로 머슴 삼돌이를 보낸 사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맹진사의 아버지 맹노인의 재촉으로 결혼식은 치러지고 맙니다.

 

 

 

 

 

제4막

사랑의 결실을 이룬 미언과 이쁜이,

그들의 사랑의 노래는 끝날 줄 모르고.....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의 축하무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막은 내려집니다.

 

 

 

 

우리창작공연이라 이해하기도 좋았지만 자막으로 설명을 해주어서 더 깊게 공연 속으로 빠져들었던  '시집가는 날'

해피엔딩이 된 줄거리로 기쁨은 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막이 내려왔는데도 끝없는 갈채를 보냅니다.

 휴일에 만난 우리 창작 오페라에 말입니다.

 

 

 

 

한국인의 가치관과 정서를 유머스럽게 표현한 공연  '시집가는 날'

 아름다운 전통무용과 혼례복과 양반가의 의복 등 다채로운 ‘한국의 미(美)’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들은 관객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런 때가 아니면 우리가 언제 저런 유명한 성악가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때 사진으로라도 남겨야 나중에 추억거리가 하나 더 늘겠지요.

 

 

 

 

막 기념촬영을 하고 나오는 소하동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이 함께 오셨다는 박은수씨를 만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동굴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그것도 무료로요.

동굴이라 오페라의 노래가 울림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내용도 이해하기가 쉬워서 재미있었고요.

앞으로도 이런 공연이 주말마다 있다니 자주 보러와야겠어요.

그런데 이제는 해가 많이 짧아졌는데 공연을 좀 일찍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공연을 위해 애쓰신 단장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뉴서울오페라단  홍지원 단장님은

" 우리 오페라단이 이런 동굴에서의 공연은 처음입니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어제와 오늘 2회의 공연을 해본결과 동굴에서의 공연은 대체적으로 좋았습니다.

동굴이라는 곳이 울림이 큰 공간이다 보니 가수들의 목소리가 더 웅장하고 크게 들리는 장점이 있었고요.

큰 공연장보다 오붓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대가 작다보니 3시간짜리 공연을 1시간 남짓하게 줄인 것이 좀 그렇습니다.

오페라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시민들께 완전한 공연을 보여드려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이 예술의 전당은 천정에서 물 떨어지는 걸 가려주는 가림막과 조명시설만 완벽하게 갖춘다면 더 멋진 공연장이 될 것 같습니다."

라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더 넓은 공연장은 어렵더라도 더 멋진 공연이 될 수 있도록 물 떨어지는 걸 가려주는 가림막과 조명시설은 완벽하게 갖추어서 더 훌륭한 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까지 마치고 동굴 밖으로 나오니 해는 벌써 지고 어둑어둑합니다.

발아래 동네 도고촌에도 어둠이 내리고 드물게 보이는 집에는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각

동굴 밖에 길게 늘어선 시화전 작품들을 보며 걷는 사람들은 오늘이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

동굴에서의 멋진 공연에 짙어가는 가을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말입니다.

 

 

 

광명가학광산동굴 예술의 전당 공연일정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cavern.gm.go.kr/site/cavern/mai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