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가을 단풍이 낙엽 되어
파랗던 잔디마당에 우르르 나뒹굽니다.
옷깃을 여미며
'저걸 쓸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 번 찾았던
강화도 초지대교 옆 바다에 내린 가을이 떠오릅니다.
가을 단풍보다 더 붉던 칠면초 가득한 풍경 말입니다.
이래서 사람은 참 간사한 것 같습니다.
날씨 추워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가을을 그리워하다니....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보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