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아름다운 전원생활의 불편한 진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2. 16. 07:13

 

어머님께 이것저것 달았던 줄들도 없어지고 링거주사액 하나만 달려있으면 수발하기가 좀 쉬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소화기 쪽이 거의 다 낫고 미음에서 죽으로 다시 밥을 드시면서 이제까지 미러놓았던 무릎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아직 아무 것도 하실 수 없는 어머님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간병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차라리 드시는 걸 드시지 못하고 소변도 줄을 달아 받아낼 때가 그나마 쉬운 것 같습니다.

식사를 챙겨드리고 물리치료를 하고 화장실을 모시고 다니는 것도 만만하지 않아 잠시 블로그를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경기도 지역에 대설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주인이 지켜주지 않는 집이 잘 있는지 걱정이 되어 어제 옆 병상의 환자를 간병하시는 분께 잠시 어머님을 맡기고 집에 올라왔습니다.

올라오는 길부터 진눈깨비 속에 길이 살살 어는 것 같은 게 남쪽과는 많이 다르더니 집에 도착하니 마당이고 장독대고 집이 온통 눈 세상입니다.

그것도 10Cm는 훨씬 넘는 소복한 눈 세상 말입니다.

 

 

 

 

큰길에서 약간 오르막에 있는 집을 올려다 보는데 저길 차가 올라갈까 싶더니만 결국은 중간 쯤에서 미끄러지고 맙니다.

눈이 내린 길을 치우지도 않고 윗동네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길이 살짝 얼어있었기 때문이지요.

 

 

 

 

해는 벌써 기울어 가는데 저물기 전에 짐이 가득한 차는 집으로 올라와야하니 어쩔 수 없이 우리  내외 팔을 걷어 부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눈 치우는 삽으로 밀고 나서 쓸고 또 쓸고 나서도 다시 오르기를 시도해보지만 중간쯤에서 또 멈춰버리고 맙니다.

제일 밑 부분에 살짝 얼어있는 것이 문제더라고요.

좀 간단하게 될까 싶었는데 꿈쩍도 않으니 이제 다른 방법을 시도해봅니다.

이럴 때 대처능력은 농촌 출신의 제가 한 수 위입니다.

창고에 있는 삽을 들고 나와 옆에 있는 밭의 흙을 파서 길에 뿌리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참 구덩이를 파서 길에 뿌리고 난 후에 겨우 차가 집 앞까지 올라왔습니다.

올라와서 짐을 내리고 나니 벌써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담장 안의 눈은 치우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전원생활, 멀리서 바라보는 아름다움만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깐깐하게 발을 들이게 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반나절을 땀 흘렸습니다.

그 땀이 꼭 힘들고 사람을 지치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우린 즐겁게 풀어나갈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남편은 제가 저녁을 하는 동안 어둑해지는 데도 집 주변 데크에 쌓인 눈을 치우고 들어오는 얼굴이 환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오니 우수블로그가 되어있네요.

내년에도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표시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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