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본 우리 동네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 16. 09:44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요즈음은 몸도 마음도 한가하다.

그래서 이사 온 지 두 달이 넘어서야 우리 동네를 발길 닿는 대로 한 바퀴 돌았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서

길도 나지 않은 산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의 풍경이다.

이런 길을 걷는 맛도 전원에 앉게 된 원인 중 하나라 기분 좋습니다.

 

 

 

우리 집 옆으로 난 농로 비슷한 좁은 길로는 매일 차가 몇 번씩 오르내린다.

우리 집 뒤 산골마을로 들어가는 차들이다.

그 길을 오르내리는 차의 종류에는 작은 트럭도 있고, 지프도 있고 고급 외제 승용차까지 있다.

그래서 이사 왔을 때부터 올라 보고 싶은 길이었다.

 

 

 

 

 그런데 이사 오자마자 어머님이 편찮으신 바람에 그 길을 오르는 것은 눈 덮인 산길에 차가운 바람 솔솔 불었지만 햇살만큼은 빛났던 어제 오후였다.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이런 산골에 논까지 있었나 싶게

벼를 베어낸 자국이 선명한 작은 논들은 영락없는 내가 어릴 적 살았던 산골 들판의 모습이라 마음이 편안하다.

 

 

 

심 분 쯤을 올라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 쪽은 차가 자주 드나든 흔적이 선명한 길이고

왼 쪽은 길은 길이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은 아주 적은 길이다.

호기심 많은 우리는 일단 왼 쪽 길을 따라 올라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길도 아닌 험한 그 길에는 살짝 빙판이 진 길을 억지로 올라간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이 길을, 이런 눈 쌓이고 언 험한 길을 기어코 올라야 할 이유가 있었는 지가 궁금해서이다.

 

 

 

 

 

길을 따라 올라간 곳에는 인적이 끊긴 지 한참이나 된 것 같은 집도 보이고

집 앞에는 사람이 살았다면 제법 운치 있었을 작은 연못도 보인다.

 

 

 

 

그 곳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집과 연못뿐이 아니다.

오래전에 소나 돼지를 키웠을 법한 건물도 보인다.

주인이 정성들여 심었을 것 같은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 건물과 나무는 생년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누군가가 공기 청정한 이곳에서 소나 돼지를 키워 잘살아 보겠다는 청운의 꿈을 않고 들어와 집을 짓고 가축을 키웠을 터인데 이렇게 폐가가 된 것을 보니 씁쓸하다.

산골의 삶이 고단했음인지 아니면 이곳에 구제역이라도 돌았단 말인지....

어쨌거나 어디에 살더라도 이집 주인의 삶은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돌아 나온다.

 

 

 

 

 

다시 갈림길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길을 따라 걸어가 본다.

길을 돌아가는 곳에 집이 한 채가 보인다.

가까이 가서 봐도 사람이 있는 흔적은 없지만 지금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걸 봐서는 주말농장이나 별장으로라도 쓰고 있는 건물인 것 같다.

 

 

 

모처럼 만난 사람이 사는 집을 지나 다시 언덕길을 오른다. 길은 여전히 언 눈길이다.

시골에 사니 이런 길은 앞으로 원없이 걸어볼 것 같다.

도시에 살 때 옛날 내가 어릴 적 학교를 오가며 걷던 길을 걷고 싶었는데 이런 길을 자주 만나는 것도 힐링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다시 이 삼 분을 걸었을까?

 제법 넓어진 산골에는 작은 밭들이 보인다.

그 밭에는 영락없이 컨테이너가 있고 장독대가 있다.

아마도 도회지 사람이 이 밭을 사서  드나들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모양이고 장을 담그는 모양이다.

공기 좋은 곳이라 아파트에서 담은 된장 맛보다는 그 맛이 훨씬 더 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런 곳에다 초가삼간이라도 지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다시 걸어올라 산골의 막바지에 닿았고 그곳에는 제법 아름다운 집이 두 채나 있었다.

산골 작은 집이지만 주인은 옹벽 하나에도 정성을 들였다.

겨울 눈 쌓인 곳에 매화 그림이라.....

이것도 설중매란 생각을 하며 길을 돌아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은 길도 없는 빈 밭으로 들어선다.

지나온 집들보다 아래에 있는 밭인데도 전망이 좋다.

이런 환한 전망이 있는 지도 사람들은 모를 텐데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에 집 지을 터가 있는지 알았을까 궁금하다.

 

 

 

 

길이 없는 곳으로 들어섰으니 우리가 내려오는 길은 산 비탈이다.

아마 몇 년 전에 산에 불이 났을 테고 그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나무를 심어놓은 모양이다.

눈 쌓인 그리 높지 않은 산은 어쩌다가 살아남은 나무가 쓸쓸하고 죽은 나무의 무더기는 더 쓸쓸하다.

잠시 우리가 머무는 곳이지만 이곳의 산의 모습도 빨리 푸르렀으면 하고 바라며 산을 내려온다.

 

 

 

 

이제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의 막바지이다.

새로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오려는지 다시 산길을 만들고 있다.

이곳의 붉은 흙이 저녁햇살에 더욱 붉다.

어쩌다가 서있는 나무가 좀 쓸쓸하긴 하지만 느낌은 따뜻하다.

이곳에서의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바지 언덕을 넘어 내려온 내리막길에서 우리 집과 건너마 을 그리고 멀리 양평 쪽이 보인다.

앞으로 한가한 날이면 자주 올라 힐링을 할 길을 차갑지만 햇살 맑은 오후에 걸었다.

앞으로 저 들판이 푸른색에서 누런색으로 변하고 다시 눈이 쌓인 풍경으로 바뀌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런 날에 이길을 걸으면서 길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가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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