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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의 질감과 삶의 흔적들이 아름다운 고택 '여주시 대신면 보통리 김영구 가옥'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 15. 09:30

 

 

 

여주시내에서 이포보를 오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우리는 대신면을 지나오는 길을 주로 택해 오르내린다.

고속도로를 타면 시간은 적게 걸리지만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달리기에만 열중하는 것 같아 재미가 없기 때문에 그 길을 택한다.

그 길로 오르내리다보면 대신면 부근 도로가에 늘 눈길을 끄는 안내판이 보인다.

'중요민속문화재 제 126호 여주 김영구 가옥' 이란 붉은 색 안내판이다.

전국에서 목조건물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안동에 살던 사람이란 그런 안내판을 보면 가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다.

그래서 어제는 여주를 내려가는 길에 그 안내판을 따라 들어가 250 년이 넘은 고택 '여주시 대신면 보통리 김영구 가옥'을 만나보았다.

안동의 고택들 못지않은 한옥의  아름다움, 특히 오래된 나무의 질감과 삶의 흔적들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던 햇살 맑은 겨울 오후였다.

 

 

 

한강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터전에 자리하고 있는 주택인 이 집은 1753년(영조 29년)에 지어진 집으로 안채, 사랑채, 작은사랑채, 곳간채가 모여 자를 이루고 있다.

원래 대문은 바깥행랑채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헐리고 없다.

건물은 ㅡ자형의 사랑채가 있고, 대문을 통하여 안마당으로 들어서면 안방과 대청을 중심으로 ㄷ자형 안채가 있다.

 

 

 

 

이 집의 품격을 높여주는 부분은 이 사랑채의 누마루이다.

바닥에서 기둥을 세워 그 위에 마루를 깔고 거기에 문까지 달았으니 그 모습은 보는 사람마져 가슴 뿌듯하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 저 누마루의 문들을 활짝 열어놓고  휘어져 살짝 들어 올린 팔작지붕의 서까래를 보는 맛은 일품일 것 같다.

 

 

 

 

이 집 사랑채 앞에는 해시계가 있다.

이 표지석이 없으면 무엇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글자 한 자도 보이지 않고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라고 한다.

 

 

 

 

 

 

누마루 옆에 있는 대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 본다.

건물형태가 ㅁ자 형이라 안에는 작은 뜰이 있다.

뜰에는 작은 화단이 있고 그 가운데에 사랑채 굴뚝과 장독대가 있다.

사랑채의 굴뚝을 안뜰에 낸 것은 연기로 집안을 소독하기 위해서였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얘기가 생각이 난다.

 

 

 

 

안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특히 오래된 나무의 질감이 맑은 겨울 햇살에 아름답다.

결 따라 나이 든 나무문의 투박함도

따스한 햇살 받은 반질거리게 닦아놓은 우물마루의 느낌도

한지 바른 방문, 부엌의 환풍을 위해 설치한 살창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햇살 받아 아름답다.

우리 한옥이 아니면 어디에서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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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직접 관리하면서 살고 있는 이 주택은 곳곳에 삶의 흔적들이 있어서 좋다.

안채 뒷벽에 말려놓은 시래기가 넉넉해서 주인의 마음도 넉넉할 것 같아서 좋고,

지난 늦가을 주워놓은 알밤봉지와 말려놓은 명태대가리가 있어서도 좋다.

알뜰하게 사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번듯한 씽크대가 보이지는 않지만 부엌 벽 가득하게 씻어놓은 살림살이가 있어서도 좋고

불 지피는 따스한 가마솥이 있어서도 좋다.

살뜰한 내 어머니의 삶의 흔적이 보여서이다.

 

 

 

그런 살뜰한 우리네 어머님의 삶의 흔적들이 있어서 좋은 고택이지만 안타까운 것들도 있다.

작은사랑채 앞의 파헤쳐진 바닥이 그렇고

사랑채에서 안채로 통하는 문밖에 가림막처럼 만들어놓은 창이 깨어져 비닐로 발라 둔 것이 그렇다.

 

 

 

 구경을 하고 돌아 나오는 '중요민속문화재 제 126호 여주 김영구 가옥' 의 새로 만든 돌담은 겨울 햇살에 아름답다.

이 가옥의 모든 곳이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알뜰하게 가꾸어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개인이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국가에서라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