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다시 시작하게 될 암실작업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 18. 11:09

 

고향을 떠나 광명에 머무르게 되면서 부터 암실작업은 손을 놓고 있다.

언젠가는 다시 작업을 해야지 하면서도

광명에 잠시 머무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암실을 설치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를 오면서 빈 방도 하나 있고 해서 다시 암실을 만들었다.

다시 시작하게 될 암실작업, 그 작업을 하면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사를 해서 확대기를 설치하고, 현상탱크도 풀어놓고,

다양한 사진 작업 도구들을 풀어놓았지만 정작 암실작업을 하는 과정은 가물거린다.

그렇게 좋아했던 암실작업이지만

세월 흐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씁쓸하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막막하여 우선 예전에 찍어놓았던 필름화일부터 열어본다.

참 많은 필름이 있다.

물론 처음 찍고 나서 필름을 선별해서 보관했을 텐데 말이다.

 

 

 


열어 본 필름은 기록해 놓은 날짜가 아니면 언제 찍었는지 기억도 없는 것들로부터

그날의 모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까지 선명한 것들도 있다.

그 한 장 한 장을 보면서 추억이 하나 둘 떠오른다.

당신의 가문이 자랑스러운 이유를 말하시던 어르신부터 각 가문마다 다른 감실 분위기,

어매를 그리워하면서 찍은 사진에서 뿜어져나오는 어매의 정신세계,

모든 것이 새롭다.

 

 

 



 인화해 둔 사진 박스도  열어본다.

사진 속에는 농촌의 빠른 도시화로 잊혀져가는

내 어릴 적 살던 모습을 찾아 찍었던 고향의 모습들도 가득하다.

언제 그 모습들이 햇살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혹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내게는 소중한 자료이다.

 

 

 

 



4년이 되도록 외면했던 필름,

그것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미리 했던 자료를 보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이 기대된다.

 

  

 

 

 


내가 암실작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

스스로 사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는 암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인화해둔 사진과 필름을 열심히 분석하는 일이겠다.

그런 다음에 암실에 암막을 쳐야겠다.

그리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한 장의 흑백사진을 위해서 촬영도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