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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냄새 물씬한 눈 쌓인 금사리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 23. 07:34

 

폭설이 내리고 추워진 날씨에 집 밖을 나서지 않았습니다.

나이 들어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골절이라도 당하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한 이틀은 집에만 들어앉아 먹는 것에만 집중했지요.

호떡도 만들어 먹고, 배추전도 부쳐 먹고, 호박고지 넣어서 설기도 만들어 먹으면서 뒹굴었더니 몸이 찌뿌듯했지요.

 어디 좀 나가볼까하고 점심을 먹고 문을 열어보니 지붕의 눈 녹아내리는 물이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이 굵은 물줄기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얼른 카메라를 챙겨들고 늘 거실에서 건너다보면서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건너 마을 금사1리로 향합니다.

 

 

 

 

 

 

금사천을 건너서 들어간 마을도 온통 눈세상입니다.

그 눈세상이 즐겁다고 개들도 눈 쌓인 논에서 즐겁게 뛰어놉니다.

이런 풍경 정말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어릴 적 눈 내린 산 속 마을에서 보던 풍경이지요.

멀리 보이는 볏단이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현대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요.

 

 

 

 

눈 덮인 들판의 논은 논대로 밭은 밭대로 각각의 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합니다.

눈 위로 솟은 벼를 베어낸 밑둥과 비닐로 뭉쳐둔 볏단에 더해 짐승 발자국까지 논에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특히 요즈음 가을 들녁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는 비닐로 싼 볏단의 부드러운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조형미는 눈 덮여서 더 아름답습니다.

밭의 모습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지난 해 농사를 짓던 밭이랑에 쌓인 눈은 다양한 선과 면을 이루면서 조형미를 자랑합니다.

"아! 이곳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

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셔터를 누릅니다.

 

 

 

 

 

 

 

눈 내린 후 춥던 날씨가 많이 풀린 오후라 동네의 집들은 조금은 느긋한 모습입니다.

추운 날이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며 장작을 패는 일은 제 마음까지 푸근하고 넉넉하게 합니다.

또 옛날 어매가 즐겨 입었던 붉은 내의가 널린 풍경은 50년 전의 시골집을 연상하게 합니다.

어매는 큰오라버니가 교사가 디어 첫 월급을 타서 사 온 저런 빨강색 내복을 무척이나 아꼈거든요.

조근 안으로 더 들어간 동네의 아기 염소들은 나른해진 겨울 오후의 방문객을 마중 나왔다가 먼저 종종걸음을 치며 집으로 들어가고

어미 염소들은 우리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습니다.

오전에만 해도 이런 풍경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구경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이 미세먼지 급증으로 우중충한 날씨였다는 어제

앞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금사천을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맑고 아름답습니다.

이런 곳에서 생활하지 않았다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절대로 만날 수 없었겠지요.

이런 맛에 전원생활의 즐거움이 있는 또 하루 해가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