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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명성이 그리운 금사 오일장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 27. 07:21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난 후에는 장을 보려면 양평이나 여주, 아니면 이천의 대형 마트로 나갔습니다.

이곳 면 소재지는 생필품을 파는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야채나 생선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번번이 20분 정도가 걸리는 곳을 차를 가지고 가기가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 면 소재지의 가게에서 이곳에도 장이 서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1일과 6일에 오일장이 선다는 소리를 기억했다가 어제(26일) 면 소재지 장터에 야채를 사러 갔습니다.

 

 

 

 

 

아직 그늘에는 눈이 수북한 이곳이라 너무 일찍 가면 장이 될 것 같지 않아 12시가 거의 다 된 시간에 시장에 도착했습니다만

대목장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 통은 한가합니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장에 물건을 팔러온 사람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요즈음 대부분의 면 소재지 장터가 없어졌지만 이곳에서는 아직까지 장이 선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에 손꼽아 기다려 달려 왔는데 이런 장의 모습이라니.....

섭섭한 마음을 접으며 장골목으로 들어가 봅니다.

 

 

 

 

시장 입구에는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을 파는 어물전이 있었습니다.

전을 부칠 동태포를 사면서 어물전 주인과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금사 장이 원래 이렇게 쓸쓸한가요?"

 

"옛날의 금사 오일장은 대단했지요.

요즈음 읍내 오일장처럼 시끌벅적했지만 요즈음은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도 장사꾼이  일곱 명은 오는데 오늘은 세 명만 왔습니다.

나하고 저기 채소전 아저씨하고 저~기 옷전 아저씨하고요.

다른 사람은 날씨가 추워서 장꾼들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오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즈음 시골에는 노인들만 사시니 이렇게 길이 미끄러운데 누가 집 밖을 나서나요?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오면 장사꾼도 늘어나고 장꾼들도 늘어서 오늘 보다는 더 활기찰 겁니다."

 

 

 

 

 

햇볕 따스한 날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게에 손님이 있는 시장 가장 위 쪽의 옷가게로 가봅니다.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한 분이 이미 산 옷을 한 손에 들고 열심히 옷 구경을 하고 계십니다.

시장에 이 옷가게라도 없었으면 늙으셔도 여자인 이 할머니는 이런 옷을 고르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겠지요?

 

 

 

 채소전에도 웬만한 채소들은 다 있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몇 가지 채소를 샀습니다.

 

 

 

모든 채소들이 가격도 싸고 신선합니다.

포항시금치가 한 단에 3,000원, 호박은 두 개에 3,000원이고 저 싱싱한 양파도 한 망에 3,000원입니다.

부추는 한 단에 4,000원 이고 생강은 한 근에 5,000원이더라고요.

요즈음 남편이 위장이 좀 안 좋다고 해서 위장병에 좋다는 안동마도 팔기에 두 뿌리에 10,000원을 주고 샀습니다.

저기 싱싱한 도라지도 6,000원이더라고요.

 차례상에 올리려고 껍질은 까지 않은 걸로 좀 많이 샀습니다.

 물건들을 금방 떼어가지고 온 것인지 물건들이 다 신선해서 기분 좋게 사고 나니 저 쪽에 장을 보러 나온 어르신들이 보입니다.

 

 

 

 

 

허리 굽고 머리 희끗한 분들이지만 적적하던 시장에 이런 어르신들이라도 오시니 그나마 활기가 돕니다.

 설 차례상에 올릴 먹거리들을 사서 비록 어르신 보행기에 싣고 가시겠지만 그렇게라도 시장에 올 수 있다니 그래도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 어르신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금사 오일장이 오래도록 열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