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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소유리 가는 길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2. 7. 06:54

봄이 오는 소리를 시샘해서일까요?

입춘한파가 매서운 며칠이었습니다.

때늦은 한파로 며칠을 집에서만 보내고 날씨 푹해진 어제는 남편과 딸아이와 함께 동네 구경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나서서 왕복 9Km가 넘는 길을 놀며, 쉬며, 쉬엄쉬엄 세 시간에 걸쳐 다녀온 길은 이제 봄이 오는 소리가 살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비닐하우스에서는 봄을 맞을 준비에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뭘 심는 작업인지 일손 바쁘신 어르신께 물어보았더니 참외 파종을 위한 일을 하시는 중이랍니다.

이렇게 하우스 안에 참외 밭을 준비해두고 참외는 따로 포트에서 모종을 길러 이 밭에 심는 것이랍니다.

맛 좋기로 전국에서 그 명성이 자자한 '금사참외' 벌써 샛노랗고 달콤한 참외를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져 발걸음도 가볍게 하천을 따라 갑니다.

 

 

 

 

 

아직 그늘에는 잔설이 남아있지만 봄이 오는 소리가 졸졸 들립니다.

언제 추운 겨울이었나 싶게 벌써 시냇물 소리가 그렇게 봄을 데리고 오는 소리지요.

이런 소리를 빨리 들을 수 있어서 전원생활이 좋은 것 같습니다.

도시에 있다면 아직 이렇게 시골길을 따라 걷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중부내륙고속도로 밑을 지나 들어간 소유리의 초입에서 냉이를 캐고 오는 모녀를 만납니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게 냉이가 먹음직스럽게 자랐습니다.

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먹는 냉이는 보약이나 진배없을 텐데 우리도 다음에 동네구경을 나올 때는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햇살 따스한 날이라 두 분과 소유리에서 사는 이야기를 한참을 하다가 다시 길게 뻗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는 소유리길 주변도 봄내음이 폴폴 납니다.

파릇하게 봄빛을 발하는 밭에 올 농사를 위해 내어놓은 거름은 풍년을 기약하는 것 같아 마음까지 풍성해집니다.

우리 인생도 이런 준비가 있어야 더욱 풍성한 삶이 되겠지요.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인삼밭에도 작게나마 그 빛에서 봄이 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봄빛이 아니면 저 볏짚이 이렇게 따사롭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찰랑거리는 딸과 쉬엄쉬엄 걷는 남편을 앞세워 들어간 소유리는 산속 아늑한 곳에 자릴 잡은 남향 동네라 봄빛이 완연합니다. 

군불 지필 장작을 자르는 손길도 바쁘지 않고 느긋하고,

꽃잎들도 겨울 옹동그린 모습이 아니라 배시시 웃음을 짓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옛날부터 있었던 시골집보다 고급스럽고 번듯한 전원주택이 더 많은 아름다운 동네 소유리,

봄이 오는 소리가 살살 들리는 그곳에 터전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겨울의 끝자락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