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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파사성과 한강, 그 아름다움에 반하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2. 10. 07:01

 

 

우리 집에서 이포보를 지나고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막국수 촌을 지나

양평으로 가는 도로가에는 <사적 제 251호 파사성>이란 자주색 안내판이 보인다.

그 안내판을 따라 고개를 들어보면 

차창 밖 나무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석축이 아름다워

그 성을 올라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잘 맞지가 않았다.

그런데 강원도 지방에 폭설이 내렸다는 어제 이곳도 눈이 내렸고 시간이 널널하다.

그래서 그 눈 녹기 전에 파사성을 구경해야겠다고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파사성에서 보낸 두어 시간,

꿈틀거리는 파사성과 한강,

그 아름다움에 반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눈 내린 날의 오후였다.

 

 

 

 

 

늘 이포보 옆을 지날 때면

보 너머로 보이는 저 나즈막한 산의 파사성이 궁금했다.

그래서 마음 먹고 나선 오후에

우리는 파사성 남문 주차장에서 성을 오르기로 했다.

정상까지 860m라고 하니 오를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른다

 

 

 

 

주차장에 있는 안내판을 보면 4차에 걸쳐 성곽이 발굴된 모양이다.

안내판에는

<파사성은 남한강 동쪽에 있는 파사산의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성으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신라 파사왕 때 쌓은 성이라 파사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지지만

조사에서 삼국시대의 건축 구조와 양식이 발견되어

축성시기가 삼국시대로 밝혀졌다.

이후 1952년 임진왜란 당시 류성룡의 건의에 따라

승군 총섭 의엄이 승군을 동원하여 3년에 걸쳐 옹성과 장대,

군기소까지 갖춘 성을 축조했다고 한다.

파사성은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강 상류와 하류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또한 고려 말의 이색 선생과 조선 중기의 류성룡 선생이

파사성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시로 남길 정도로 아름답다.

성벽의 길이는 936m 이고 최대 높이는 6.3m 이며

붕괴된 부분도 있지만 옛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다.

성 내부에는 남문터와 동문터, 수구지 우물터, 각종 건물터가 남아있다.

특히 남문터에는 조선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팔각 추춧돌이 남아있고, 

남문터 안쪽에는 넓은 평지가 있으며

지름이 5m나 되는 저수지 모양의 우물터가 있고

지금도 물이 고여있다.>

고 적혀있다.

 

파사성에서 바라본 전망을 이색 선생과

류성룡 선생이 시로 남길 만큼 아름답다니 기대를 하며 산을 올라본다.

 

 

 

 

 

성을 오르는 길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를 만큼

완만하게 경사가 진 길인 모양이다.

비록 눈은 내렸지만 포근한 일요일 오후라 부모들과 함께

썰매까지 들고 성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경사가 진 길을 슬슬 20분 쯤을 올랐을 때

300m가 남았다는 안내판이 보이고

그 안내판 너머로 허물어진 석축이 보인다.

'설마 저 석축이 성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며 다소 실망스럽다.

그런데 양쪽 석축 사이로 출입구가 있는 모양을 보니

여기가 남문 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내판이 없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볼 뿐이다.

 

 

 

무너진 성곽을 그물로 감싸놓은 앞에 커다란 돌이 보인다.

그 모양으로 보아서 주차장에 세워진 안내판에서 말하던

남문  팔각건물 주춧돌인 모양이다.

이런 곳에는 안내판을 세워서

답사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도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이런 모습이지만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당국이나 여주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빨리 복원을 했으면 좋겠다.

 

 

 

 

남문터를 지나니 제대로 성이 보인다.

중간 중간 허물어진 곳이 있지만 보수를 했는지 대부분 깨끗하다.

계단으로 된 곳을 오르다가 숨이 좀 찬다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성 너머로 한강에 놓인 여주시 금사면 이포보와 대신면 담낭리섬이 보인다.

"와! 이래서 서애 류성룡 선생이 시를 쓰고 싶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이런 멋진 풍경을 앞에두고 갤럭시 노트로 찍어야하는 이 슬픔...

카메라는 왜 하필이면 이럴 때 고장이 나가지고...

 

 

 

 

 

조금 더 올라가서 이포보를 거친 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양평 쪽을 바라보아도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올려다 보는 능선따라 꿈틀거리는 성곽도 예술이다.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동네 뒷산 같은 파사성에서

이런 전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동이다.

이런 곳에 서애 선생이나 목은 선생이 썼다는 전망에 대한 감회를 적은

시판이라도 세워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눈 내렸지만 포근한 날씨라 해발 235m 파사산 정상에서 사람들은 느긋하다. 

멀리 양평과 여주, 이천의 산과 강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들도 서애 선생이나 목은 선생의 시상을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정상을 돌아 내려 오는 길 파사성과 흘러가는 한강은 여전히 아름답다.

꿈틀거리는 성곽과 구비 구비 돌아 흘러가는 한강 줄기를 바라 보니

이곳은 군사적이나 지리적으로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었겠다 싶다.

충주 쪽에서 흘러온 물이 이곳을 거치고

두물머리를 지나 서울을 가로질러 인천으로 흘러가니

옛날에야 물길 따라 물자도 오가고 사람들도 오갔을 테니까 말이다.

 

 

 

 

돌 울퉁불퉁한 성곽을 따라 걸어도 좋고,

성곽 옆으로 난 흙길을 따라 걸어도 좋은 파사성이다.

꿈틀거리는 성곽도 아름답고

그 위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아름다운  

파사성의 허물어진 곳을 제대로 복원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이렇게 성곽 중간에 나무가 있는 모습도 좋겠다.

그곳에 안내판이나 류성룡 선생이나

이색 선생의 시판이라도 하나 세워져 있다면 더욱 좋겠고 말이다.

여름날 땀 뻘뻘흘리면서 올라가다가 이

런 소나무 그늘에서 이마의 땀 훔치며

시 한 구절쯤 읊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