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기도 둘러보기

훈훈한 정이 오가는 양평 오일장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3. 19. 06:37

 

 

3일과 8에 열리는 양평 오일장을 어제 다녀왔습니다.

병아리를 사다가 닭장에 키워보려고 갔었지요.

양평이 서울사람들의 별장이나 전원주택이 많은 지역이라 장터의 모습이 좀 삭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아직 시골장터의 모습 그대로 훈훈한 정이 오가는 장날이었습니다.

 

 

 

 

양평역 앞에 차를 세워놓고 들어간 시장 입구에는 이런 반가운 것이 보입니다.

아주 어릴 적에 집에서 키운 계란을 팔러 갈 때 넣어가던 꾸러미와 똑같은 계란꾸러미입니다.

이런 꾸러미는 계란을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느 장인의 솜씨를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한 꾸러미에 7,000원을 하더라고요.

 

 

 

 

시골장 답지않게 장터에서는 직접 만들어 들고 나온 수공예품 악세서리도 있습니다.

주인은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손님들께 선보이려는 듯 쉴새없이 손놀림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인사동이나 삼청동에서 많이 보던 모습인데 작은 읍내 장날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제 농촌의 문화 수준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니 아주 기쁘네요.

 

 

 

 

 

장터에서 바로 간 녹두로 빈대떡을 부치는 곳에는 간이주점이 있습니다.

비록 노점에 펼쳐진 주점이지만 장꾼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술잔을 비우며 나누는 그들의 이야기에 '지글지글 지지직'  빈대떡 부치는  소리는 빨려들어갑니다.

 

 

 

 

 

 

예쁘게 엮은 마늘과 집에서 직접 낸 엿기름도 팔고 있네요.

이런 깨끗하게 낸 엿기름이라면 식혜 맛은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되가 깔끔한 걸 보니 오랜 세월 장사를 하다 보니 이제까지 쓰던 되는 낡아서 못쓰게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건 소의 코뚜레입니다.

이걸 사다가 집에 걸어놓으면 집안에 복이 들어온답니다.

특히 수험생이 있는 방에 이걸 걸어두면 입시에서 대박이 난답니다.

코뚜레에 이런 효험이 있는 줄 몰랐네요.

진작 알았다면 우리 애들 대학 가기 전에 사다 걸어둘 걸 그랬어요.

그냥 만원 있으나 없으나니까요.

 

 

 

 

 

장날에 흥겨운 음악을 들려주는 엿장수가 빠질 수 있나요.

엿장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곳에는 먹거리가 있습니다.

음악과 술과 안주는 언제나 동행하는 것이지요.

양평 장날도 예외가 아닙니다.

음악에 취해 소주 두 병에 닭튀김 한 마리를 거뜬하게 먹고 일어선 자리는 아직도 따뜻합니다.

 

 

  

 

어머님 말씀은 음력 2월에 된장을 담으면 맛이 없다고 하던데 아직 메주를 팝니다.

2월에 사서 삼월에 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조상들은 지혜롭거든요.

 

 

 

 

열심히 더덕을 파는 할머니는 단골이 많은 것 같습니다.

쉴 사이도 없이 칼질을 하지만 팔 물건은 없습니다.

이런 맛에 연세 드셔도 시장에 나오시는 것 같습니다.

 

 

 

 

어! 산삼인 줄 알고 눈을 번쩍 떴는데 아니고 장뇌삼이랍니다.

생긴 모양이 꼭 산삼처럼 생긴 이 녀석은 산에 인공으로 심어서 길러낸 녀석이라 산삼 비슷한 효능이 있답니다.

왼쪽의 것은 4년 근으로 3만원이고 오른쪽의 것은 6년 근으로 5만원이랍니다.

모양으로 보면 가격은 많이 비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른 종아리만한 이녀석이 칡뿌리랍니다.

이런 큰 것을 아직 완전한 봄날씨도 아닌데 어디서 캐서 왔는지...

어릴 적  학교 갔다가 올 때 배고픈 우리들을 위해 남자아이들이 열심히 깨 주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 때 그 달작지근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은 입안에 감도는데 그애들은 지금 무얼 하는 지 모르겠네요.

 

 

 

 

 

아직 바람막이 비닐을 걷어내지 않는 간이주점에도 사람들이 막걸리 병을 기울입니다.

겨울 한 철 이 비닐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을 나눴을 지 궁금해지는 모습입니다.

 

 

 

봄꽃의 나들이도 화려합니다.

화사한 꽃들로 시장안이 환해집니다.

 

 

 

 

수수 부꾸미와 밀전병을 파는 곳도 많습니다.

우리도 얼큰한 김치를 넣은 밀전병과 구수한 팥이 들어간 부꾸미를 사먹었는데 맛이 괜찮더라고요.

하나에 1,000원씩 하는 것을 요렇게 컵에 담아주니 먹으면서 시장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요거, 요거 살아서 꼼지락 거리는 것은 다슬기지요.

한 바구니에 10,000원을 하는데 너무나 싱싱해보여 사가지고 와서 국을 끓여먹고 싶은 생각이 막 들더라고요.

 

 

 

 

어눌한 솜씨로 멜로디언을 연주하시며 발길을 잡는 이분은 구제품 모자를 파십니다.

꼭 돈을 버시려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세월을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이 있어 양평장의 모습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부디 오랫동안 지금의 모습으로 계시길 빕니다. 

 

 

 

 

싹이 난 감자에 시선이 가더라고요.

우리도 감자를 심어야하는데 저걸 그냥 사다 심으면 되는지 다음에 가면 물어보고 사와야겠어요.

어릴 적에 아버지는 싹이 나기 전에 눈을 따서 심었던 게 기억나거든요.

 

 

 

 

친구분들과 함께 장구경을 오신 이분들은 배낭이 두둑한 걸 보니 장은 벌써 다 보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술 한 잔 하는 맛에 장을 기다리신다." 는 어르신들,

앞으로도 오랫동안 양평장을 지키시리라 믿습니다.

 

 

 

자루에 담긴 곡식들이 올망졸망 너무 귀여워요.

농부의 딸로 자라서인지 이런 곡식들을 보면 너무나 귀엽답니다.

저도 이곳에서 3,000원 주고 밤콩을 한 홉 사가지고 왔답니다.

둑과 울타리가 많은 집 주변에 심었다가 가을에 주렁주렁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요.

 

 

 

 

양평은 어머님이 사시는 의성장 보다는 젊은 장꾼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눈에 자주 띄는 어르신들을 보면 따스한 날씨가 고맙습니다.

 

 

 

 

아직 해가 중천에 있는데 벌써 떨이를 하신 아주머니도 계십니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다 팔기 전에 오지."라고 하시네요.

저는 "다 파신 것이 훨씬 기분이 좋아요." 라고 하며 사진을 찍었지요.

 

 

 

    

겨울을 이긴 봄나물이 따스한 햇살에 방싯거리네요.

상큼한 냉이도, 쌉쌀한 씀바귀도, 향긋한 쑥도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잖아요. 

남편이 쑥 좀 사자고 하는 걸 옆구리 쿡쿡 찔러서 말렸답니다.

시골에 살면서 봄나물까지 사먹는 것은 너무하잖아요?

저도 모레 쯤 나물 캐러 나가야겠어요.

 

 

 

 

 역시 봄날의 장답습니다.

각종 꽃과 채소 씨를 파는 곳입니다.

지금부터 씨를 뿌리기 시작하면 가을 초입까지 뿌리겠지요.

저도 완두콩 씨를 사가지고 왔답니다.

며칠 있다가 뿌리면 올 여름에는 초록의 완두콩으로 밥맛은 훨씬 좋아질 것 같습니다.

 

 

 

약초도 참 다양합니다.

어른들은 역시 몸에 좋은 약초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도 집에 와서 생각하니 '황기를 좀 사가지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마솥에 닭백숙을 하자면 황기는 필수거든요.

 

 

 

 

 시골 장날이 점심을 먹고나면  파장인 곳이 대부분인데

이곳 양평장은 오후가 되어도 사람들이 여전합니다.

이름이 있는 양평장이라 역시 다릅니다. 

 

 

 

 

길거리 주점을 가지 못하고 노점을 지키시는 분들은 숯불에 고기를 구워 드십니다.

돼지뱃살이 제일 맛있다고 하시는 이분들은 우리에게도 굳이 한 점을 권합니다.

장보러 온 사람들에게 음식을 권하는 풍경 참 오랜만에 보는 장터의 풍경이지요.

권하는 정에 못이겨 한 점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가 사고 싶어 하는 병아리를 키우시는 분이더라고요.

아직은 병아리 사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4월도 한참을 지나고 오라며 명함을 건넵니다.

다음에 병아리 사러 들리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여행 > 경기도 둘러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 지지만 아름다운 안흥지  (0) 2014.04.10
해질녘 연당지에서...  (0) 2014.03.26
또 다른 무진기행  (0) 2014.03.18
이런 목욕탕이 또 있을까?  (0) 2014.03.14
봄비에 젖은 금사저수지  (0) 201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