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기도 둘러보기

또 다른 무진기행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3. 18. 06:45

 

 

 

김승옥의 소설 '무진(霧津)기행'을 읽은 지도 까마득하다.

그러나 안개 자욱하게 밀려다니는 풍경을 보면 '무진기행'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포나루가 있던 이곳 금사면 이포보 위 담낭리섬에 안개가 흐르는 날은 '무진기행'의 한 단락을 입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

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김승옥의 글에서 표현된 무진의 안개는 이곳 이포보 담낭리섬의 안개를 표현한 것 같다.

금사면의 금싸라기 참외가 명물이지만 이포보로 인해 안개가 자주 흐르는 담낭리섬의 안개도 분명 명산물임에는 틀림없다.

열시가 될 때까지 걷히지 않는 그 명산물을 어제 보고 왔다.

앞으로 자주 그곳에서 그것을 만나고 싶다.

나의 사진으로 쓰는 '무진기행'을 위해서다.

 

 

 

 

 

 

 

 

 

 

 

 

 

 

 

 

 

 

 

 

 

 

 

 

 

나의 사진으로 쓰는 '무진기행' 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지 모르지만

이곳에 사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또한 풀어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다.

안개 자욱한 늪지대나 그 늪지대에서 놀고 있는 물새들,

드넓은 풀밭에서 느껴지는 땅의 온기, 그곳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다양한  이야기들로 즐거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음 '무진기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포보 경관지에는 웰빙캠핑장, 오토캠핑장, 자전거 전용도로, 축구장, 족구장, 가족피크닉존 등 여가를 보낼 곳이 많다.

이제 날 점점 따뜻해지면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가족나들이로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날을 위해 이포보 관리사무소에서는 각종시설 정비에 여념이 없다.

안개 자주 드리우는 이곳에 놀러온 사람들은 무진의 안개에 취해보는 즐거움도 덤으로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 > 경기도 둘러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질녘 연당지에서...  (0) 2014.03.26
훈훈한 정이 오가는 양평 오일장  (0) 2014.03.19
이런 목욕탕이 또 있을까?  (0) 2014.03.14
봄비에 젖은 금사저수지  (0) 2014.03.13
이포보의 두 얼굴  (0) 201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