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세월을 엮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3. 20. 06:30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서 아파트에 살 때보다 놀러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시골에 오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묵어가게 되고 묵어갈 때면 주식이나 간식도 몇 가지 준비해야합니다.

그럴 때 이것저것을 음식을 만들게 되고 그 음식들 가운데 육개장이나 떡은 주로 가마솥에 하게 됩니다.

 

 

 

 

 

 

육개장은 배추 시래기나 고사리를 삶아내고 뼈와 고기를 고아서 만드는 음식이라 특별히 도구가 필요없지만 떡을 찔 때는 다릅니다.

이제까지 작은 솥이나 찜통에 쪄내던 것을 큰 가마솥에 쪄내니 큰 채반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마당가의 자두나무 가지치기를 한 나뭇가지를 가지고 채반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들어보는 것이지만 솜씨 꼼꼼한 사람이라 제법 태가 납니다.

 

 

 

 

 

 

솥 크기를 그려놓고 가지의 길이를 다르게 잘라 하나하나 묶어나갑니다.

세 줄로 꼬고 묶어서 모양을 만들어서 보니 든든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좀 굵은 나무로 두 개의 받침대를 만들어 채반을 가로질러서 묶었습니다.

 

 

 

 

 

 

 

 

 

꼼꼼한 성격이라 꼭꼭 당겨서 묶느라 애를 먹습니다.

그렇지만 모양이 점점 잡혀가는 즐거움에 손이 아픈 줄도모릅니다.

 

 

 

 

 

 

드디어 모양이 완성된 앞면입니다.

뒷면이 묶은 끈으로 인해 어설픈 것과는 대조적으로 깔끔합니다.

가지를 하나하나 손질을 해서 만들었으니 이렇게 매끈한 모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완성된 것을 솥에 얹어봅니다.

솥 모양에 맞춰서 만들었다더니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네요.

남자라 채반을 어느 위치에 올릴 것인지를 몰라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솥 윗부분을 재서 만든 것 같습니다.

 

  

 

 

 

 

 

받침으로 댄 나무를 일단 자르고 얹어봅니다.

그래도 어림도 없습니다.

다시 채반 전체를 돌아가면서 잘라냅니다.

촘촘하게 묶어놓은 것이라 힘은 두 배로 듭니다.

그러나 끈기있게 잘라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난 후에 뒷면을 정리하고 솥에 얹어봅니다.

그랬더니 떡을 찔 때 적당하게 물 부을 만큼의 알맞은 높이에 떡 걸쳐집니다.

이제 손님들이 좋아하는 호박떡이나 고구마를 찔 때 너무 좋겠어요.

이제까지 작은 채반을 사용해서 떡을 찌느라 채반 밑에 식기를 받치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보자기만 펴고 떡가루만 올리면 됩니다.

 이제 떡을 만드는 게 한결 편리해졌습니다.

남편 덕에 떡 제대로 만드는 아지매가 될 것 같습니다.

 

 

 나뭇가지를 다듬고 엮어내느라 하루 해가 짧았습니다.

만약에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길어진 봄날의 하루해는 지루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채반을 만드는 것이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한적한 전원생활에서 느리게 가는 세월을 엮어내는 일이기도 하지요.

이런 세월을 엮는 일을 즐겁게 할 때 전원생활은 지루하거나 무료하지 않고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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