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봄맞이 준비 완료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3. 25. 06:33

 

 

 

 우리가 여기로 들어오게 된 이유 중에는  넓직한 텃밭과 세 동의 비닐하우스가 크게 작용을 했다.

하나하나 용도를 달리하는 비닐하우스에 닭도 키우고,

겨울채소도 기르고, 가장 큰 하우스에서는 염소나 표고버섯을 키워도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 먹고 들어온 이곳에서

얼마 전에는 세 동의 하우스 중에서 가장 새것인 곳에 각종 채소 씨를 뿌려서 이제 새싹이 뾰죽하게 고개를 내민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채소는 키워서 뜯어먹는 맛도 맛이지만 이렇게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도 두 번째 하우스는 채소하우스 바로 뒤쪽에 있는  닭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이사를 오기 전부터 닭장에는 닭을 키우는데 사료를 사서 먹이는 것은 자제하고 등겨나 푸성귀를 먹여 키우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난 번 양평장에 병아리를 사러갔지만 아직 철이 이르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닭을 길러보고 싶은 마음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아직 시기가 아니라니 괜히 마음만 바쁘다.

 

 

 

 

 병아리는 아직 오월쯤에나 들이면 된다는데 남편은 얼른 키우고 싶은 마음에 닭장 수리에 나섰다.

아침저녁으로 살얼음이 어는 이곳이라 혹여나 닭이 추우면 안 된다고 닭장 밖에 비닐을 치는 것은 물론이고

스치로폼으로 구멍도 막아준다.

내가

"병아리는 아직 오월쯤에나 들일 텐데 그 때 가면 너무 덥지 않을까?"

라고 말해도

"어린 병아리는 따뜻한 곳에 살다가 오기 때문에 추우면 얼어 죽는다."

며 손놀림이 바쁘다.

닭이 올라가서 잠을 잘 횃대며 물통과 모이통까지 준비되었다.

이제 알을 놓을 보금자리만 짚으로 만들어놓으면 닭집 완성이다.

이제 오월이나 되어서 토종닭 영계 정도의 병아리를 멸 마리쯤 사다가 자연식으로 예쁘게 키우고 싶다.

올망졸망 모이를 먹는 모습이 생각만 해도 귀엽다.

 

 

 

 

이제 가장 큰 이 한 동의 비닐하우스만 제몫을 하면 들어올 때의 꿈은 이루어진다.

'이곳에다 염소를 키울까?

표고버섯을 키울까?'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지만 처음으로 농촌에 살아보는 남편은 좀 여유를 두고 생각해보잖다.

 

 

 

 

남편이 닭장을 손질하는 동안 나는 텃밭의 비닐을 걷어냈다.

작년에 썼던 비닐이 쓸만하다 싶어 그냥 쓰려고 생각했지만 날이 풀리고 나니

겨우내 노지에서 비바람을 맞은 비닐은 하루가 다르게 뻥뻥 뚫어진다.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비닐을 걷어내고 밭을 갈아서 새로운 비닐을 덮어씌워 봄 곡식으로 강낭콩이나 완두콩을 심어보고 싶다.

먼지 펄펄 나는 것을 걷어내는 것은 썩 즐거운 일은 아니라 조금 짜증은 났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일이니 참기로 하고 열심히 걷어냈다.

이제 오래 전에 친정아버지가 쓰시던 로타리기계로 밭을 갈아 씨앗을 심는 일만 남았다.

남편이 처음 해보는 밭갈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지만 일단 기다려보기로 하자.

 

아는 사람이라고는 없는 이곳에 공기 좋고 소일거리가 있다고 들어왔다.

퇴직을 하고 아파트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남편이 전원생활을 하면서 할일이 많아진 것을 너무도 좋아한다.

시간만 나면 집도 손질하고 밭도 손질한다.

텃밭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내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한다는 사실이 즐거운 모양이다.

나이 들어 전원생활은 이런 맛에 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우리의 전원생활에서 처음으로 하는 봄맞이 준비로 바빴지만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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