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어느덧 깊어진 봄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4. 8. 06:30

 

 

아침에 일어나니 현관에 있는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화사하다.

병원에 있을 때는 느껴보지 못하던 햇살이다.

사진을 찍다가 사고가 났는데도 이른 아침 화사한 햇살에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카메라를 들고 문을 열어본다.

산 가까이에 있는 집인데다가 꽃샘추위가 겹친 아침이라 아직 살얼음이 얼고 날씨가 쌀쌀하다.

두꺼운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바라다 본 산에는 참꽃이 눈부시다.

아프지만 않다면 얼른 올라가서 꽃송이를 뚝뚝 따다가 꿀에 저미고 싶지만 참아야하는 시간이다.

일찍 움직였다가 엎친데 덮칠 수가 있으니 말이다.

꽃을 따지 못할지라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숨을 크게 쉬고 싶다.

 

 

 

 

 

마당으로 내려서 본다.

사고가 나기 전에 웅크리고 있던 목련이 어느덧 활짝피어서 환하다.

꽃샘추위에 살짝 몸이 얼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목련꽃 화사함이 절정일 때 만나지 못한 것이 섭섭하다.

백목련의 깔끔하고 화사한 웃음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때를 놓치고 말았으니 이제는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마당가에 있는 텃밭주위로 걸어가본다.

"춥다. 춥다."

해도 철은 속일 수가 없다.

일주일 만에 앵두꽃이며 매실꽃이 활짝 피었고, 울타리의 녹색은 더욱 짙어졌다.

며칠 사이에 이런 세월의 흐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자연의 섭리는 참 오묘하다.

이제 머잖아 매실이며 앵두를 거둬들이는 날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전원생활을 시작 잘했다는 생각에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집 뒤 쪽으로도 돌아가 본다.

데크 밑의 흰색 제비꽃이 가녀린 몸으로 배시시 웃는다.

이제 보라색도 지천으로 웃을 날이 머잖은 것 같다.

울타리 쪽으로 산을 올려다본다.

개나리와 산수유, 진달래도 지천으로 피었다.

봄은 전령들이 일제히 활짝 핀 모습은 며칠 사이에 봄이 많이 깊어졌음을 말해준다.

이런 봄날을 더 가까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어디인가 전원생활이니까 이정도로 가까이서 바라볼 수가 있잖은가!

 행복하다.

 

 

 

데크를 따라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가서 텃밭인 비닐하우스로 들어가본다.

일주일 전에 땅에 딱 붙었다싶던 배추는 제법 자랐고

파, 상추, 시금치 등 얼마 전에 뿌린 채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배추도 뽑고 밭둑의 쑥도 캐고 하우스 옆에 심어진 산나물도 뜯어다가

멸치와 다시마 우린 물에 된장 슬쩍 풀어서 쑥국도 끓이고 배추와 산나물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본다.

쑥 향기와 나물의 쌉싸름한 맛에 취한다.

보약이 따로 없겠다.

이런 신토불이 건강한 먹거리라면 내 허리 좀 아픈 것쯤은 금방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