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아주 가는 것도 아닌데....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4. 21. 05:55

 

 

 

 

막내가 서울로 이사를 갔습니다.

영국에 다녀와서 잠시 우리와 같이 있었지만

젊고 젊은애가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리다 싶어 이사를 보냈지요.

늙은 우리들이야 조잘거리는 귀요미가 옆에 있으면 좋지만 딸을 생각하면 어쩌겠어요 보내야지요.

 

 

 

 


앞으로 학업도 마무리해야하고 취업도 해야 할 그 아이가

얼마동안 그 집에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이 알차고 어려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전날 준비해둔 재료를 넣어 오곡밥을 지었습니다.

물론 오곡이 다 들어간 것은 아니고요.

곡식으로는 찹쌀, 검은콩, 양대, 땅콩, 등 집에 있는 것을 넣었고요.

냉장고에 있던 대추와 밤도 넣었지요.

경상도 지방에서는 이사를 가면 꼭 이 오곡밥을 지어서 갔거든요.

새로운 곳에서의 정착에 잡귀를 물리친다는

이 오곡밥을 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정성들여 오곡밥을 지어서

지 아버지와 함께  간단한 이부자리와 생필품을 싣고 딸이 떠난 방에 들어가

대를 정리하는데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고요.

지난 번 영국 갈 때도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참 기분이 묘하네요.

이제까지 한 번도 떨어져서 산 적이 없는 아이라

다시 우리와 살날이 있을까 싶어 그런 기분이 든 것 같네요.

잠시 흐르는 눈물을 훔치다가

세월호에서 숨진 학생들의 부모님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걷히더라고요.

집을 떠나 떨어져 사는 것도 이렇게 마음이 짠한데

그분들이 혼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딸을 이사 보내고 나서 가슴 타는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부모님이 되어 잠시 기도했지요.

'단 한 명이라도 부모님 앞에 웃으며 다가오는 학생이 있는 그런 기적이라도 일어나라.

그것도 아니라면 빨리 생사라도 확인되어 싸늘한 손이라도 한 번 만져볼 수 있게라도 해라'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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