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오래된 목조 주택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안동에 오래 살다보니
오래된 기둥이나 서까래가 가지런한 건물을 보면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번 효종대왕릉을 갔을 때 만난 보물 제 1532호 '조선효종영릉재실' 도 그런 편안한 느낌이라 기분 좋았던 곳이다.
제관의 휴식, 제수장만과 제기 보관 등 제사를 수행하기 위한 건물인 효종대왕릉 재실을
녹음 우거진 날에 찾아서 더 싱그럽다.
효종대왕릉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 쪽에 바로 있는 재실은
조선 왕릉 재실의 기본형태가 가장 잘 남아있고 공간 구성과 배치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남아있는 조선 왕릉의 재실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대부분 멸실돼 원형이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릉 재실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보물 제 1532호' 란 이름표를 단 것 같다.
안향청, 제기고, 재방, 전사청, 행랑채, 우물 등의 시설도 온전하게 보존되어있는 재실
효종대왕릉은 1659년 경기도 양주군 건원릉(현 경기 구리;시 동구릉)의 서쪽에 조성하고
능호를 익릉이라고 했으면 그 앞에 재실을 건립했다.
이후 1763년 석물에 틈이 생겨 현 위치로 옮겨오면서 능호를 '영릉'으로 고치고 재실도 함께 옮겨왔다.
행랑채의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작은 문이 있어 더 포근하다.
재관들이 머물며 휴식을 취하던 공간인 건물도 마치 안동에서 보던 종택의 안채같다.
안향청
효종대왕께 제사를 지낼 때 향을 보관하는 곳이다.
우물마루와 가지런한 서까래,
햇살 들어오는 문도 안동에서 많이 보던 것들이라서 좋다.
경내는 제사를 지낼 때 향으로 쓰는 회양목(수령 300년)과 향나무,
느티나무(수령 500년) 등의 고목이 한옥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이런 나무가 있어 이 재실의 공간배치가 조선 왕릉 재실 중 최고이게 하는 것 같다.
천연기념물 제465호인 회양목
'회양목도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나무이다.
평생을 재실과 함께 했으니 재실의 역사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모양의 돌로 된 담과 벽이 있어 더 편안한 보물 제 1532호 '조선효종영릉재실',
우리나라 최초로 보물로 지정된 왕릉 재실답게 품위가 있다.
다음에는 느긋하게 이곳을 찾아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편안하게 쉬면서 그 품위를 배워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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