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행사

다가오는 한해는 제발 무사하길......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6. 4. 06:20

 

 

6월 2일 (음 5.5) 월요일은 우리 조상들이 설날, 한식, 추석을 포함한 4대 명절로 여겼던 단오이다.

우리 어릴 적 만해도 단오는 큰 명절이었다.

모내기를 끝낸 일꾼에게 시원한 삼베 옷 한 벌 해주고   수리취나 쑥떡을 해서 먹었다.

그리고는 동네 큰 느티나무에는 그네를 매 온 동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그네 타기로 이른 무더위를 날렸다.

그러나  지금은 단오가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나마 아직 단오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있으니 거기가 바로 강릉이다.

강릉은 이 단오행사를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축제로 만들었다.

그 축제의 이름이  '강릉 단오제'이다. 

오늘은 그  '강릉 단오제'를 처음으로 다녀온 글을 올립니다.

 

 

 

 

지난 일요일 '강릉 단오제' 구경을 일찍 가기 위해 아들이 방을 잡아준 휘닉스파크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휘닉스파크를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고급호텔도 아닌데 침구가 언제나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나서 만져보아도 보송보송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그 비결은 손님이 이용한 침구는 매일 세탁을 하는데 있다니 더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남대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옆에 있는 셔틀차량을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차가 오기 전에는 셔틀차량 타는 곳이란 부스에 붙은 글을 보고 미니 버스가 오려는가?

했는데 이런 재미난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이 차는 모양도 재미있는데 기사의 운전 솜씨로 승객들을 기분 좋게 했습니다.

기사님은 가끔 가다가 브레이크를 갑자기 밟아서 차량을 꿈틀거리게 해서

마치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을 만들어 주었지요.

 

 

 

 

셔틀차량을 타고 내린 곳에서 마주 보이는 남대천 행사장.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평일 11시 무렵인데도 부스 안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소문만큼 강릉 단오제, 정말 대단한 축제인 모양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이동한 경로는 분홍색 점을 따라서입니다.

 

 

 

 

섶다리를 건너 들어간  남대천 중간의 단오섬에서는 동 대항 줄다리기가 한창입니다.

각장 자기 동네의 명예를 걸고 하는 게임이라 응원도 대단합니다.

이런 모습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어릴 적 운동회 때 하는 걸 보고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줄다리기에 저도 주먹이 불끈 쥐어지더라고요.

 

 

 

 

강릉은 단오가 아직 온 동네잔치입니다.

각 동과 읍면이  음식을 만들어 와서 자기 부스에서  나눠먹는 걸 보니 참으로 정겹습니다.

대부분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라 더 그렇게 보입니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이 자리를 메울까?'

 싶은 생각은 잠시 들었지만요.

 

 

 

 

다시 섶다리를 건너 메인행사장으로 갔습니다.

이 메인행사장 단오제단에서는 행사기간동안 시간대별로 다른 굿

(부정굿, 청좌굿, 하회동참굿, 세존굿, 성주굿, 심청굿, 군웅 장수굿,

칠성굿, 지신굿,천왕굿, 지탈굿, 손님굿, 제면굿, 꽃

노래, 등노래, 뱃노래, 대맞이굿, 환우굿, 위령굿)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갔을 때는  '군웅 장수굿' 이 한창입니다.

 '군웅 장수굿' 은 동서남북의 장군님들을 모셔서 비는 굿으로

외부로 부터 들어오는 액을 막는 답니다.

 매년 단옷날 정오 무렵에 펼쳐짐으로서 단오굿의 최정점을 이룬답니다.

 

 

 

 

흥겨운 사물놀이의 장단에 맞춰 올리는 굿마당에 구경꾼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할머니들은 복채를 두둑하고 놓고 복을 기원하며 절을 올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도 이런 굿판에 그렇게 많은 복채를 놓는 사람들이 있을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걸 보면서

'어르신들은 당신의 무사안녕을 비는 것일까?

아니면 군대 간 손자의 무사귀향을 바라는 걸일까?'

아니면 이런 재미난 구경거리를 제공한데 대한 값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오제단을 나와서 아리마당으로 가는 길에 길게 늘어선 줄을 만났습니다.

뭐가 있나 싶어 앞에 가보니 향토먹거리를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었습니다.

 

 

 

단오신주인 막걸리와 수리취떡이 입맛을 자극합니다.

특히 수리취떡은 옛날 어매가 만들던 방식대로 떡메로 쳐서 만들었는지

찹쌀 알이 그대로 씹히는 게 가끔 섞여있어서 더 구수하고 맛있었습니다.

 구경꾼들에게는 한 개씩이지만 이렇게 매일 구경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려면 경비도 상당히 들겠더라고요.

이 술과 떡을 먹었으니 앞으로 일 년 동안은 액운은 멀리 도망갈 것 같습니다.

 

 

 

 

축제장에는 구경거리나 체험 부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경꾼들의 안전을 위한 부스도 여러 개 마련되어있었습니다.

 

 

 

 

체험부스에서는 다양한 체험이 이루어집니다.

다가올 더위를 확 날려버릴 단오부채는 물론이고요.

단오차와 탈 그리기도 있습니다.

요런 체험을 어린이들이 하는 것이 얼마나 이쁘던지요.

이런 체험이야말로 우리의 전통이 자연스럽게 전승되는 것이잖아요.

 

 

 

 

창포물로 머리감기를 무료로 해주는 부스도 있습니다.

옛날부터 신성한 풀로 인정받은 창포를 우려낸 물로 머리를 감으면 좋은 기운이 우리에게 오겠지요.

 

 

 

어! 그런데 어릴 적 단오날이면 머리에 꽂고 다녔던 궁궁이를 모시 저고리에 단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얼른 한 컷 찍었습니다.

어릴 적 어른들은 이 궁궁이를 머리에 꽂고 다니면 병이 안걸리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 궁궁이가 시들 때까지 꽂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축제장에는 동춘서커스단도 들어와 있습니다.

어릴 적 유일한 구경거리였던  써커스를 보고 싶었지만 강릉에 왔으니 맛있는 해산물도 먹고

시원한 동해바다도 보고 가야겠으니 우리는 여기서 발길을 돌립니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 수리마당에 들렸습니다.

그곳에서는 중국 사천성 전자과기대학 예술단 공연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라 믿어지지 않을 훌륭한 공연에  흠뻑 취했던 구경꾼들은 공연이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물론 박수로 환호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수리마당을 나와서 풍물소리 크게 들리는 곳을 찾아가니 거기가 바로 아리마당이더라고요.

제 33회 KBS 사장기 농악경연대회 한창이 그곳은 열기로 가득하더라고요.

각자 자기 지역의 명예를 걸고 하는 공연이라 더 흥겹고 신이 납니다.

보는 구경꾼들도 물론이고요.

 

 

 

신나는 농악놀이에 취했다가 내려온 씨름장에서는

마침 군인 씨름 단체전 결승이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모래를 흩날리면서 하는 씨름에 동료들도 구경꾼도 환호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런 멋진 기술이 있기에 씨름장은 늘 환호로 가득할 것 같습니다.

 

 

 

씨름구경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단오의 꽃 그네가 있습니다.

저도 예전 실력을 한 번 뽐내볼까도 싶었는데 마음만 그렇게하기로 하고 접었답니다.

이 나이에 그네 타다가 실수하면 큰코다치잖아요.

 

 

 

 

어릴 적 보던 단오의 모습을 곳곳에서 만나서 즐거웠던 '강릉 단오제'

섶다리를 건너 그곳을 빠져 나올 때는 흐린 날이라 벌써 해가 지는 듯합니다.

 

 

 

 

강릉에 왔으니 바다구경도 하고 해산물도 먹어보기 위해 안흥항으로 가는 우리는

메인행사장 구경만 하고 체험홍보존과 이불전은 구경도 못하고 내려옵니다.

 

 

 

 

다시 셔틀차량을 타는 곳에서 바라본 단오섬에도 벌서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가고 조용합니다.

이번 단오 줄다리기에서는 누가 일들을 했는지 궁금하지만 다시 셔틀차량을 타야겠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6.7)까지 하는 '강릉 단오제' 주요 행사 일정표입니다.

 

 

 

 

옛날 선조들이 4대 명절로 쏜꼽았던 단오의 의미도 느끼고 세시풍속도 즐겨보는 '강릉 단오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2014년 봄에 찾은 '강릉 단오제'.

세월호 침몰로 대부분의 지역 축제가 무산 된 때에도 '강릉 단오제' 가 열린 것은

아마도 그 축제가 우리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축제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발 이런 기원을 계기로 다가오는 한해는 무사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