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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안전을 책임지던 마애불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8. 15. 06:00

 

 

 

 

옛날 도로나 철로 등 육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남한강은 강원도와 서울과 인천을 이어주는 수로교통을 책임지던 강이었다.

강원도 태백 검룡소에서 시작한 님한강은

영월에서 평창강과 합류해서 충청북도 단양을 지나

충주호에서 잠시 머물렀다 경기도로 들어온다.

경기도로 들어와서 첫 번째로 만나는 고장이 여주이다.

그 여주에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뗏목꾼들이 안전을 빌고 갔다는 마애불이 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98호인 여주 계신리 마애여래입상이다.

 

 

 

                                                                                                                                                                                      다음지도 켑쳐

여주시내에서 흥천면을 거쳐 금사면으로 오는 길을 오다보면

흥천면의 끝자락에 계신리가 있다.

그곳에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잡은 암자가 보인다.

 여주 계신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석불암이다.

 

 

 

 

2차선 도로에서 벗어나 마애불이 있는 석불암 가는 길은

마애불이 있어 이름 붙여진

부처울이라는 마을을 지나 굽이굽이 시골길을 돌아가야만 한다.

 

 

 

 

꼬부랑 길 따라 들어간 석불암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왼쪽 건물이 법당이고 오른쪽 건물이 마애불이 있는 건물이다.

 

 

 

 

안내판을 지나 마애불로 내려가는 길 앞에 서니

푸른 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한강이다.

 

 

 

 

계단을 내려가다 목책이 끝나는 부분에서 바라본 마애불.

강을 바라보는 깍아지른 듯한 왼쪽 암벽에 마애불이 있다.

예전 뗏목꾼들이 기도를 할 때는 이런 지붕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마애불이나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붕을 덮어놓은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서 마애불을 만나러 가는 마지막 길은

사람 하나 빠져나갈 정도의 좁고 험한 바위 사이로 난 길이다.

이런 길을 통과해야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기도를 하러 가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인 것 같다.

 

 

 

 

 

돌 사이를 빠져나가서 마주하게 된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8호인 여주 계신리 마애여래입상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지만 모든 부분이 잘 보전되었다.

 대부분의 불상처럼 마애불도 원만한 얼굴이다.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으며 귀는 어깨에 닿을 듯이 길다.

양 어깨에 두른 옷은 양 팔을 거쳐 발목까지 이어지고 있다.

옷에는 완만한 U자형 주름이 표현되어 있고,

가슴에는 속옷의 띠매듭이 보인다.

오른손은 어깨 쪽으로 올려 손바닥이 밖으로 향하고,

왼손은 옆으로 펼친 특이한 손모양이다.

발 아래에는 연꽃무늬 대좌(臺座)가 희미하고,

머리 뒤편에는 생동감 넘치는 불꽃무늬가 새겨진 머리광배가 있다.

보기에는 수수하여 대단한 영험이 있어 보이는 불상은 아니다.

그런대도 뗏목꾼들이 안전을 위해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갔다는 걸 보면

기도발을 받는 부처님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애불 앞에서 좌우나 전면, 어디를 바라보아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다.

이런 환경이니 뗏목꾼들의 기도처로 각광 받았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뗏목에 짐을 싣고 강을 내려오다가 강에서 먼 곳까지 기도를 하러 가는 것 보다는

뗏목 위에 서서도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이런 곳이 남한강 줄기에 몇이나 있었겠는가.

 

 

 

 

석불암 법당에서 바라본 마애불 지붕 너머의 한강이다.

세월 흐르고 난 뒤의 마애불 앞의 강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뗏목꾼들은 보이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물을 가르는 것은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이 부처님에게 기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과학이 발달한 세상을 살아가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이제 부처님의 영험 같은 건 믿을 까닭이 없을 테니 말이다

 

 

 

 

법당을 돌아나오는 길

법당 앞 산에 상사화가 한창이다.

상사화 이리 피는 걸 보니 오래 전 뗏목을 기다리는

한 여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마애불을 뒤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