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친구가 좋아한 삼색 송편 만드는 법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0. 8. 06:13

 

 

이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 손님들로 부터 물심의 다양한 선물을 받는다.

그 선물이 부담스럽지 않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좀 과하다 싶을 때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그런 선물에는 답례를 하고 싶다.

 

얼마 전에도 다녀간 친구가 잘 쉬고 왔다면서 돌아가서 선물을 보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다.

나는 우리 집에 다녀 간 손님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쉬어가면 그걸로 만족하는데

이렇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고맙지만 미안하다.

그래서 나도 정성들여 선물을 만들어 보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 친구가 먹고 싶어하는

어릴 적 먹던 양대(담부콩)를 속으로 넣고 손자국 꼭꼭 박힌 그런 송편으로 말이다.

 

 

 

친구가 좋아한 삼색 송편 만드는 법

우리 집 냉동실에는 쌀가루는 항상 들어있다.

갑자기 손님이라도 오면 떡을 만들어 먹거나

범벅을 만들어 먹기 위해서다.

냉장고에 있는 쌀가루를 꺼내어 녹히고

대문 밖에서 쑥 한 움큼을 뜯어다가 살짝 데쳐서 갈아 반죽을 한 쑥 송편을 만들 반죽이다.

향긋한 쑥 냄새가 싱그럽다.

 

 

 

 

집에서 키운 단호박 삶은 것으로 반죽한 송편 반죽이다.

이 때 호박은 좀 되직하게 삶아야 색깔을 진하게 낼 수 있다.

달작지근한 단호박 냄새가 반죽에서도 솔솔 난다.

 

 

 

 

마지막으로 흰색 송편 반죽이다.

이 때 반죽 물은 찬물로 한다.

찬물로 반죽을 해야 떡이 야무지고 잘 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버무린 삼색 송편 반죽을 비닐봉지에 넣는다.

올망졸망한 모습이 마치 복주머니처럼 귀엽다.

 

 

 

 

송편 반죽을 2시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이렇게 숙성시켜야 반죽이 적당하게 말랑말랑한 것이 만들기에 좋다.

 

 

 

 

송편 속은 양대를 넣었다.

양대를 날것으로 넣어도 되지만

그렇게 하면 설탕이나 소금물이 생겨서 만들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한 번 끓여 익으면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추어 다시 한 번 익혔다.

 

 

 

 

 가마솥에 채반을 올려놓고 손자국이 꼭꼭 박히도록 꾹 눌러 만든 쑥송편을 가장 밑에 앉힌다.

쑥을 가루처럼 보드랍게 갈지 않고 조금 덜 갈았더니

이렇게 녹색 점처럼 보이는 무늬가 있는 쑥송편이 되었다.

 

 

 

 

그렇게 쑥송편 만든 것을 밑에 깔고 보자기 남은 부분을 접은 후에 그 위에 호박송편을 얹는다.

단호박을 되직하게 삶아서 반죽을 했더니 호박송편의 노란색이 참 곱다.

 

 

 

 

그렇게 두 가지 송편을 찌다가 김이 오르고 난 뒤에 다시 보자기를 깔고 흰색 송편을 얹는다.

이 때 보자기에는 물에 한 번 행궈 꼭 자서  쓴다.

그래야 떡이 보자기에 붙지 않는다.

쑥 송편을 가장 아래에 얹고 그 다음에 호박송편 그리고 맨 위에 흰색송편을 얹어서 찌는 이유는

진한 색을 위에 찌면 혹시라도 물이 배일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흰색송편을 얹어서 김이 오르고 난 뒤 뜸을 들였다가 꺼내어

 찬물로 씻어서 채반에 건져놓았다가 완전히 식은 후에 참기름을 바르고 통에 담았다.

멀리 있는 친구라 택배로 부치면 떡이 굳을 것 같아 버스 편으로 부쳐주었다.

두 시간 후에 떡을 받은 친구는

"상자를 열고 정성 가득한 떡을 보는 순간

나를 위해 이런 정성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격했다.

그리고 떡을 먹어보니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이라 더 놀라웠다.

아직 이런 맛을 내는 니 솜씨가 아깝다.

송편을 한 번 팔아봐.

돈 될 것 같은데.

라며 인사를 한다.

그래서 나는

" 야! 떡 장사는 못하겠다.

새벽부터 일어나 꼬박 네 시간 떡을 만들었으니

수지가 맞아야지."

라며 농담을 했다.

 

그렇다 이런 곳에 살지 않으면 이런 선물은 생각도 못했으리라

내가 가꾼 농산물에 정성을 더했으니 친구가 더 고마워하는 것 같아

전원생활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