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가을볕 자글거리는 날에 말리는 거친 먹거리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1. 3. 07:00

 

가을이 시작되고

참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만

햇살 자글거리는 날에 먹거리를 말리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전원에서 거둬들인 무농약인 몸에 좋은 거친 먹거리들,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지요.

 

 

 

 

중금속 정화효과가 뛰어나다는 도토리는 가을 들면서 부터 말리기 시작했지요.

가을 내 말린 것을 묵도 쑤어먹고 말려서 겨울에도 묵 맛을 보려고 저장했지요.

또 먹다 남은 도토리묵은 말려서도 보관했답니다.

짭짜름한 묵 조림을 한 번 만들어보려고요.

 

 

 

 

 

늙은 호박과 양대도 열심히 말렸지요.

집 언덕에 심었더니만 애호박이나 풋콩으로 먹고 선물로도 주었지만 언제 익었는지

익은 것들이 많더라고요.

햇살 좋은 날에 말려서 범벅도 끓여 먹고

호박떡도 해먹으면 둘은 찰떡 궁합이지요.

 

 

 

 

 

이건 뭔지 다들 아시지요?

호박씨랍니다.

우리 어릴 때는 기나긴 겨울밤의 허기를 채워주던 간식거리였지만

저는 이렇게 말렸다가 쌈장 버무릴 때 넣어먹지요.

짠 집 된장으로 쌈장을 만들 때 각종 양념과 함께

이 호박씨를 볶아 넣으면 맛도 고소해지고 간도 심심해져서 아주 좋은 재료가 되지요.

 

 

 

물론 지난 번에 만든 밤미숫가루도 햇살 따가운 날에 말렸지요.

이렇게 그릇마다 담아놓은 것도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맛도 좋답니다.

 

 

 

 

고추도 풋고추로 따먹고 익은 것은 말렸지만

서리 내리기 시작하니 다 따먹을 수가 없네요.

하우스 안에 것은 그냥 두었지만

밖에 것은 서리에 삶기는 것이 아까워서 이렇게 말렸네요.

고추에 전분을 묻혀서 쪄 말렸지요.

올 겨울은 사위가 좋아하는 고추 부각으로 점수 좀 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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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심은 고구마

한 10Kg 정도를 거둬들였지요.

물론 고구마를 캐기 전에 보드라운 고구마 줄기를 따내고요.

따낸 줄기는 볕 자글거리는 날에 데쳐서 말렸지요.

이 때 완전히 물렁할 정도로 데쳐야 된답니다.

설익으면 다시 삶을 때 잘 익지 않거든요.

이렇게 말려두었다가 육개장 끓일 때 넣으면 맛있는 재료가 되지요.

 

 

 

 

 

풋고추를 부각으로 말렸다면 고춧잎은 데쳐서 말렸지요.

이렇게 살짝 데쳐서 말려놓았다가

곤짠지(무말랭이)를 할 때 함께 버무리면 맛도 색도 최고지요.

 

 

 

 

 

집 뒤 도랑에 심었던 토란대도 말렸지요.

양이 적습니다만

육개장 두 번은 끓일 것 같습니다.

저는 육개장에 이 토란대가 들어가야 맛이 완성 되는 것 같더라고요.

 

 

 

 

쥐눈이콩과 울타리콩도 말렸지요.

햇살 좋은 날 오후에 털고 또 털어도 자꾸만 나오는 쥐눈이콩,

이런 맛에 농사를 짓는 것 같습니다.

집 앞 텃밭에 두 줄을 심었는데

내년 일 년은 먹을 수 있을 양인 것 같습니다.

 

 

 

 

 

밭둑 이곳저곳에 될까 싶어하면서

잎이나 따먹겠다고 씨를 뿌린 들깨,

수확하니 양이 꽤 많습니다.

어머님과 두 집이 실컷 먹고 딸네도 좀 주어도 될 양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렸다가 다음에 고향 내려갈 때 가지고 가서

기름도 짜고 기피를 내어 가루도 만들어 와야지요.

기피가루 낸 것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미역국을 끓일 때나

나물 무칠 때 넣어 먹으면 그 구수한 맛은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가을볕 자글거리는 날에 말리는 거친 먹거리들,

도회지에 살았다면 생각도 못하는 먹거리지요.

이런 것들을 말릴 때가

전원생활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는

행복한 날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