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지인들과 주문진항을 다녀왔습니다.
짭짤한 바다냄새에 취하고
바다향기 가득한 회 한 접시에 취하고 싶어서지요.
주문진활어센타 옥상 주차장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릴 적 보던 동네의 모습이라 반가워서
얼른 한 장 남기고 활어회센타로 내려갑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데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대니 당연히 먹는 것이 먼저지요.
싱싱한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면서 들어간 회센타입니다.
평일이고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대라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 전 기억의 창고에는 주문진 회센타가 어설펐었는데
비교적 깨끗한 모습입이라 기분 좋게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솔직히 지인이 '주문진활어회센타' 에서 회를 먹는다고 했을 때
그 기억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면서 왔거든요.
음식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살아있는 오징어 회도 달짝지근하니 너무나 맛있고
신선함이 넘쳐 입 안에서 씹는 맛이 일품인 복어와 함께 먹은 모듬회들도 짱입니다.
모든 회들이 싱싱하고 달았거든요.
또 홍게와 전복, 멍게는 바다향이 얼마나 강하던지지요.
'이런 맛에 바다 가에 와서 회를 먹는구나!'
싶더라고요.
또 생선이 듬뿍 들어간 메운탕의 맛도 얼마나 좋던지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이제 배도 부르겠다.'
바다로 나가봐야지요.
그런데 이분들 제대로 바다 향에 취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좀 위험하고 더럽기는 합니다만
바다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명당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저씨들 조심하면서 바다를 즐기세요."
라는 말을 남기며 어구들이 즐비한 바다를 따라 걸어 봅니다.
저는 바다라면 이 어구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특히
바람 부는 날에도,
태풍이 오는 날에도,
바다에서 나부끼는 이 깃발은
바다를 일터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기록하는 수첩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또 내 어장이 어디인지를 지켜주기도 하고,
배가 만선인지도 손 흔들어 알려줄 것도 같은 이 깃발은
어부들의 사랑도 듬뿍 받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손질하는 손길이 정성스러웠거든요.
어구들을 구경하고 어시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서해에 있는 소래어시장에 산더미 같이 쌓아놓은 해산물들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 같다면
이곳의 해산물들은 수공업으로 만들어낸 상품 같은 느낌입니다.
방금 잡아온 것 같은 멍게, 성게, 해삼, 조개 들이 작은 그릇에 가득한 모습은
구경꾼들에게 나를 데리고 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아 귀엽기까지 합니다.
어렸을 적 겨울 간식으로 많이 먹었던
호메이 고기(그 모양이 호미를 닮았다고 경상도에서 불렀던)가
이렇게 쌓아놓은 싱싱한 양미리로 만든답니다.
그 귀하다는 성게도 보이고
다리 움찍거리는 홍게도 보입니다.
이번에는 이 홍게를 사가지고 왔지만 다음에 가면
저 성게를 사가지고 와서 먹어봐야겠어요.
조금 전에 먹었던 달짝지근했던 오징어회가 바로 이런 살아있는 오징어였던 것 같고요.
그릇에 한 마리씩 담긴 문어는 이곳에 자기 집이 아닌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몸을 움츠린 모습이 겁에 질린 것 같으니까요.
방금 잡아와서 이렇게 바닷물을 공급하는데도 이러니
차에 싣고 내륙까지 오면 얘들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을까 싶네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니 맛도 뚝 떨어지겠지요.
아직 생선 말릴 철이 덜 되었는지 말리는 모습이 귀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겨울 바다에서는 이런 모습을 봐야 바다를 왔다는 실감이 나거든요.
주문진 항의 생선들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는 저 돈 내미는 손님의 표정과
이렇게 잔득 쌓아놓은 배달 박스만 봐도 알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이런 박스 하나를 포장해서 가지고 왔지요.
우리 막내가 게를 먹고 싶다고 해서
홍게 큰 것 다섯 마리에 오 만원을 주고 사왔답니다.
집에 와사 얼른 가마솥에 쪄서 먹어 보았더니
살아있는 것을 사가지고 와서 그런지 살이 토실토실한 게 정말 달더라고요.
두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차를 타고 주문진항을 빠져나왔습니다.
짭짤한 바다냄새에 취하고 싶어 다녀온 주문진항,
바다를 오래 볼 시간은 없었지만
갈 때의 목적을 이루고 돌아와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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