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쌓인 인삼더미만큼이나 시골 인심은 넉넉하네요.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4. 2. 06:30

 

 

 

 

우리 집 옆에는 제법 큰 인삼밭이 있다.

이사 온 후로 줄곧 내 사진의 소재가 되어주었던 인삼밭이었다.

인삼에 차양막을 씌워서 이리저리 갈라지고 모이는 선과 면이 아름다워

시간 날 때마다 사진을 찍고는 했었다.

 

 

 

 

그런 인삼밭에서 지난 주에 인삼을 캤다.

많은 사람들이 인삼을 캐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고 왔는데

오후에 인삼밭에서 사람을 보내어 선물로 인삼을 제법 많이 준다.

그것도 병든 인삼이 아닌 정품으로 말이다.

지난 가을의 끝자락에 인삼밭 차양막을 걷어 부치려고 밭에 온 주인이

우리에게 찾아왔었다.

명함을 한 장 주면서 겨울동안 인삼밭을 좀 지켜달란다.

내가

"추운 겨울에 누가 인삼을 캐가지고 가요?"

라고 물으니

"6년근 인삼밭은 마지막 겨울에 도둑이 많이 들어요.

그러니 겨울동안 우리 인삼밭에 신경 좀 써주세요."

우리는 처음 듣는 소리라 아무 생각없이

"알았어요."

라고 얼른 대답을 했다.

그렇게 대답을 하고 나니

이전보다 인삼밭을 보는 눈길이 좀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마당에 나서기만하면 인삼밭을 한 번 더 훑어보게 되고

밭 주변에 차가 서있는지도 한 번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신경을 조금 쓰기는 했지만

이렇게 인삼 선물까지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예상밖의 선물에 기분이 좋다.

"역시 시골인심은 넉넉하다." 싶다.

 

 

 

 

 

인삼은 그날 저녁에 얼른 잔뿌리를 따고 손질을 해서

신문지에 둘둘 말아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우선 먹을 것은 인삼을 다 캔 밭에서 이삭으로 주운 것이 제법 많아서

그걸 먼저 먹기로 하고 말이다.

 

 

 

 

이삭을 주우러 갔을 때도 주인은 당신이 주운 이삭을 얼른 건네주었다.

 제법 많은 양이었다.

그걸 가지고 지난 주말 어머님 생신을 하러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님과 시고모님, 사촌동서와 시숙어른, 재종숙 내외분께 잔뿌리로는 전을 부쳐드리고

굵은 뿌리는 고추장에 무쳐서 드렸다.

2박 3일 끼니마다 올려도 전혀 물려하시지도 않으시면서

"질부 덕에 몸보신 하고 간다."

시며 너무 좋아하셨다.

인심 후한 인삼밭 주인을 이웃으로 둔 덕에

효도도 넉넉하게 하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