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추석맞이 힘든 고비인 벌초를 하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9. 17. 06:00

 

 

 

 

추석이 다가오면 걱정스러운 일이 있다.

바로 조상님들의 산소에 풀을 내리는 일이다.

젊어서는 일하는 게 겁이 없어서 우리 내외가 하던 일이다.

그러나 나이가 먹으면서 벌초를 하는 것이 겁부터 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벌초대행 업체의 사람을 사서 벌초를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다가 하니 참 편하고 좋다 싶었다.

 

 

 

 

 

 

 

그런데 올 해는 시누이네가 벌초를 해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힘이 든다고 사람을 사서 하자고 했다.

하지만 전원주택에 살기에 풀을 베는 것은 자신이 있다면서

예초기와 잔디 깎는 기계를 가지고 왔다.

 

 

 

 

 

 

 

한 사람은 예초기로 봉분의 풀과 가장자리의 큰 풀을 베고

시누이는 잔디 깎는 기계로 밀고 다니면서 바닥의 풀을 베었다.

얼마나 쉽게 베는지 산소 세 기의 풀을 베는데 

두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 내외가 할 때보다는 곱절이상 빠르고

사람을 사서 할 때보다도 훨씬 빨리 끝냈다.

 경비는 의성 마늘 먹인 한우를 사드리고

집에서도 두 끼를 준비하다보니 사람을 사서 하는 만큼 들었지만

가족들이 함께한다는 게 좋았다.

 

 

 

 

 

그런데 안주인인 나는 아주 편한 것만은 아니다.

첫째 날 점심과 저녁은 사먹었지만

어머님댁에 가서 1박을 하다 보니

둘째 날 아침과 점심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누이네는 내년에는 2박 3일 정도를 하면서

오르내릴 때 구경도 하고 공도 한 게임 하자고 하지만 

나는 선뜻  대답하기가 그렇다.

내가 안주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편은 시누이네의 정성이 고맙다고

내년에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한다.

나도 식사준비만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도 좋겠다.

그러나 음식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네 끼 정도는 말이다.

 

 

 

 

 

 어쨌거나 올해는 힘든 한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내년에는 가족이 화합하면서도

누구라도 특별히 힘든 사람 없이

즐거운 벌초가 되도록 머리를 한 번 짜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