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48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어릴 적 먹고 살았던 음식을 먹고 싶어하나보다.
이렇게 겨울이 다가오고 날씨가 스산해지니 감이 먹고 싶어진다.
감도 단감이 아니고 토종 감을 그것도 홍시를 먹고 싶다.

 

어릴 적에 과일이라고는 여름에 먹던 복숭아와

가을철의 감과 고염이 전부였었다.

그렇게 귀하던 과일이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에는 감이나 고염은 먹고 남아 팔아야 될 만큼 풍부했었다.


 고염은 가을걷이가 끝난 겨울 초입에

나무 밑에 멍석을 깔고 막대기로 털어서 큰 독에 저장했다가,

겨울이 되어 푹 삭으면 먹는데

그것은 씨도 많고 먹고 나면

지독한 냄새의 가스 배출로 인해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감은 초여름 감꽃 따먹기를 시작으로 하여

우리들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어주었다.

 

 초여름 감꽃을 주워 먹고 나서 

얼마 쯤 지나면 감 알이 간난 아기 주먹 만해지면

우리들은 그때부터 감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는데,

완전히 익기 전에는 침수를 담아 먹고,

홍시가 되기 전에 완전히 익으면 감을 깍아 곶감을 만들게 되는데

 초가지붕 위에 말려놓은 곶감이

삼분의 이 쯤 말랐을 때

부모님 몰래 훔쳐 먹던 그 맛은 지금 생각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감 맛의 진수는

겨울 밤 뒷 뜰 처마 밑 궤짝에 보관해 둔

꽁꽁 언 홍시를 화롯불에 녹여먹는 그 맛이었다.

그런 때에 제사라도 지내고 난 시루떡이라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된다.

 

요즈음 들어 부쩍 그 홍시가 먹고 싶은 걸 보니 늙긴 늙는가 보다.
 

2004 . 12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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