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감자조림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47

 


시어머니께서 이웃집의 감자를 캐주고 새끼감자를 얻어오셔서

나에게 가져가서 먹으려는지 물으시니 

안 가져간다고 하기도 그렇고 가져오기는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았지만

나이 든 어른도 잡수신다니 할 수 없이 가져왔는데

껍질을 깍자니 힘이 들어 통감자 조림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농사짓는 집이라면

이맘 때 쯤이면 가장 흔한 먹을 거리가 감자였는데,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감자를 밥에 얹어 주식에 보태거나

감자전을 부쳐 반찬을 하거나

고추장을 풀어 양념을 하여 찌개를 주로 해먹었다.

그렇게 깜자찌개만 주로 먹던 내가

현근이네 집에 놀러를 가니 처음보는 감자요리가 있었으니

그  감칠맛이란 . . . 


 현근이네는 읍네에 살다가 시골로 이사를 온 집이라

우리와 다른 감자요리를 해서 먹었는데,

그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통감자 조림이다.


감자를 캐고나면 굵고 알이 튼실한 것은 갈무리 하였다가

겨울에 먹으려고 시원한 창고에 보관하지만

 아직 덜 자란 작은 감자들은 삭혀서 감자전분을 만들어

감자떡을 주로 만들어 먹던 우리 집은

 외간장과 설탕을 넣어 조림을 해먹는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었는데

현근이네 집에서 그렇게 만든 요리를 처음으로 먹어보았으니

아직까지 감자 조림만 보면 그 때 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그  감자조림을 어제 그 더운 날 밤에

옥상에다 휴대용 가스를 켜서 한 시간쯤 조렸는데 

영 옛날의 그 맛이 아니다.
아마도 자식사랑이 각별했던 현근이 엄마의 정성에 비해

내 정성이 미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2004 . 7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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