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6

정지

잊혀져가는 고향의 모습을 찾아 산골동네를 기웃거리길 좋아하는 내가 지난 월요일엔 안동호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찾아들어간 오두막집 향수를 불러오는 계절의 초입이라 그렇잖아도 고향생각이 많이 나는데 그 집에서 마치 옛날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 우리집 정지(부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곳을 만나 고향에 다녀온 듯 푸근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허름한 오두막이지만 가마솥이며 작은 남비들, 그릇을 씻어놓는 선반까지 반짝반짝 윤이나는 모습이 주인 할머니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더욱 아름다웠던 공간이었다. 우리집 정지는 이곳보다 규모가 조금 더 커서 두개의 가마솥 사이에 동솥이라는 작은 솥이 걸려있었고, 가마솥의 왼쪽에 큰 물두멍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자매들은 방과후에 물두멍에 물을 가득 길어다 놓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