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동 둘러보기

450년의 사랑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8. 16. 15:44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매화(梅花)를 끔찍이도 사랑했대요.

 

 

 

 

그래서 매화를 노래한 시가 1백수가 넘는대요.

 

 

 

 

이렇게 놀랄 만큼 큰 집념으로 매화를 사랑한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

바로 단양군수 시절에 만났던 관기(官妓) 두향(杜香) 때문이었지요.

 

 

450년 전 두사람이 나눈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오늘 저녁 우리 안동의 고택에서 안동의 배우들의 공연으로

 

 

그 사랑에 푹 빠져볼까요.

 

단양의 관기 두향은 매화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여인이었다네요

어느 봄날 열 여덟 살 두향은 관기인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며 두보의 시를 노래하네요

강은 끝없이 짙푸르고                      꽃은 더욱  타는 듯 붉다

고운 이봄을 덧없이                     그대로 보내고 나면

나는 언제 고향으로 돌아 갈 것인가 . . . . .

마흔 여덟의 퇴계선생은 관직에 나오라는 임금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집이 가까운 단양군수로 부임하고

 두향은 첫눈에 퇴계에게 반했지만

 

처신이 풀먹인 안동포처럼 뻤뻤했던 퇴계 선생은

당시 부인과 아들을 잇따라 잃고  홀로 부임 하였으니

그 빈 가슴에 한 떨기 설중매 같은 두향을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무르익어 가는데 

퇴계선생은 풍기군수로 발령이 나고

짧은 인연 뒤에 찾아온 갑작스런 이별은 두향이에겐 커다란 충격이었어요

그러나 그들은 헤여져야하고,

 두 사람의 9개월 간의 짧은 사랑은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는데

 두 사람의 마지막 밤 . 퇴계선생은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울 뿐이다."라며

두향의 치마 폭에 석별의 글을 남기고

두향은 한 편의 시로 화답하였어요.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제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져 가는 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 날을 어이 할까 하노라

 

그렇게 그들은 기약없는 이별을 하고

두향은 관기에서 물러나 선생과 자주 갔던 남한강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대요.

 

 

한 편 퇴계선생은 두향이가 준 수석 두 점과 매화분을 가지고 단양을 떠났고,

이후 단양군수를 거치고,  부제학, 공조판서, 예조판서를 역임하고 말년에 안동에 은거했지요. 

안동 도산에 도산서당 짓고 후학들을 가르치면서도 두향이가 준 매화분을 애지중지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두향이 인편으로 선생께 난초를 보내니

두향이와 같이 기르던 것임을 알아본 선생은

밤 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튿 날 새벽에 일어나 자기가 마시던 우물물을 손수 길어 두향에게 보냈어요.

이 우물물을 받아든 두향은 차마 그 물을  마시지 못하고 

새벽마다 일어나 선생의 건강을 비는 정화수로 삼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물이 핏빛으로 변하는 것을 본 두향은 선생께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느끼고

불길한 예감에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리고  . . . .

며칠 전부터 시름시름 앓던 선생은 자기의 초췌한 모습을 매화에게 보이기 싫어서인지 매화분을 치우라고 했다가

바로 그 날.  두향에게 준 물이 핏빛으로 변한 그 날.

 선생은 자기의 몸처럼 아끼던 매화분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셨어요. 

선생의 부음을 들은 두향은 4일 간을 걸어서 도산에 도착하니

20여년 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사람은

 한 사람이 죽어서나 다시 만나는 인연이였나 봅니다.

 

 

 

그 후 다시 단양으로 돌아온 두향은 결국 남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어요.

 

 

 

 

두향의 사랑은 한 사람을 향한 지극히 절박하고 준엄한 사랑이었지요.

 

 

 

 

 

 

 

그 때 두향이가 퇴계 선생에게 주었던 매화는

 

 

 

그 대(代)를 잇고 이어 지금 안동의 도산서원에 그대로 피고 있답니다.

 

 

 

.

 

 

 

 

지금도 퇴계선생 종가에서는 매년 두향이의 묘를 벌초하고 그녀의 넋을 기린답니다.

 

 

 

 

이 공연을 위해 수고 하신 분들입니다.

마이크 들고 계신분이 프로듀서 김준환 . 퇴계 김상욱. 두향 전미경. 하인 김창숙. 무용 최미영. 스토리 텔러 유필기.

왼쪽의 여자분은 분장담당 이고요. 마지막 남자분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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