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저무는 인천국제공항
조형적인 건물과 새털 구름이 하늘을 날 것 같다.
아름답구나! 아름답구나! 하면서 돌아오는 길
구름은 점점 다른 얼굴로 내게 다가온다.
나는 요절한 시인 기형도의 시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란 시를 떠올린다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기형도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落下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맑은 안개더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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