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술 내가 걷는 산길에는 요즈음 인동초 꽃이 만발했다. 벌들 잉잉거리며 꿀을 빠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모내기를 하고 나면 몸이 많이 허약해진 듯 하셨다. 그런 아버지께 어메는 인동초 꽃 막걸리를 담아 노고에 보답하셨다. 그런 모습에 익숙한 나도 인동초 꽃을 보면 '술을 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맘을 부모님 가신지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실행하고 있다. 어메처럼 손수 띄운 누룩으로 막걸리를 담는 게 아니라 소주를 부은 꽃술을 말이다. 시간이 흘러 쌉싸름한 인동초 꽃향기와 맛을 가진 술이 익었을 때, 우리는 술 한 잔 앞에 놓고 부모님의 사랑과 땀 뻘뻘 흘리시며 꼴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캬" 하는 탄성과 함께 술 한 잔 하시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일상/사부곡 2019.07.04
열린 문화공간 후소(後素) 나는 수원화성 안 쪽 동네인 행궁동을 걷기를 좋아한다. 오래된 전통시장이 있고, 넓지 않은 골목에 나지막한 집들이 올망졸망한 게 마치 고향 같기도 해서이다. 특히 그 길을 걷다가 보면 수시로 마주하는 화성성곽과 건물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하나 둘 가게.. 일상/그림이야기 2019.02.22
내 어릴 적 정월 대보름 좀 쌀쌀하기는 하지만 햇살 고은 주말 오후에 수원화성 안 동네 행궁주변을 걸었다. 정월대보름이 코앞인 주말이라 행궁광장과 주변에서는 연날리기, 제기차기, 한국무 공연 등 대보름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족들과 또는 연인들, 친구들과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한 얼굴이다. .. 일상/옛날 옛날에 2019.02.18
세월 흘러도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린 시절을 시골 크지 않은 초가집에서 보낸 나는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 때 그 시절의 붉은 황토로 된 벽과 돌을 섞어 만들 토담을 늘 그리워했다. 20여 년 전 사진을 처음 배우고 내가 찾아나선 피사체도 그런 것들이었다. 시골 구석구석을 헤매며 찾아낸 그 벽이나 담들은 그 때 .. 일상/추억의 그림자 2019.02.14
화개장터에서 만난 조영남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한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전라도 쪽 사람들은 나룻배 타고 경상도 쪽 사람들은 .. 일상/그림이야기 2019.02.06
팔달산을 오르며 아파트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외출을 하고 싶게 하는 날이다. 점심을 먹은 후에 옷을 두둑하게 입고 집을 나선다. 팔달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바람 끝은 제법 쌀쌀하지만 그 찬 기운이 코끝에 스치는 느낌이 좋다. 오랜만에 오르는 팔달산이다. 날씨가 추워지.. 일상/추억의 그림자 2019.01.28
겨울 겨울 조 병 화 침묵이다. 침묵과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 일상/좋은 글 2019.01.07
길 --김 기 림 며칠 전 수원 선경도서관 <감동과 울림의 명작 읽기>에서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를 읽었습니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이성이나 전통, 종교관이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젊은이들이 길을 잃고 방황을 하.. 일상/좋은 글 20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