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황금찬 단발머리 초등학교를 다닐 때, 이맘때쯤의 걸어오던 하굣길은 늘 허기졌습니다. 옥수수 죽이나 빵으로 점심을 때우고 빈 입으로 십리 길을 걸어왔으니까요. 하얀 칼라를 한 여학생이 되어 읍내 중학교로 진학했을 때도 별로 달라진 게 없었지요. 그러나 여학교를 다닌다는 생각만으로도 .. 일상/좋은 글 2017.05.24
해질 무렵 어느 날 -이해인 얼마 전에 광교 원천호수 산책로를 걸었다. 호수에 쏟아지는 마지막 햇살이 반짝인다. 일몰 시간의 윤슬은 애잔하다. 휴대폰을 누르면서 일몰의 시간을 좋아하던 멀리 떠난 친구를 생각했다. 해질 무렵 어느 날 이해인 꽃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 일상/좋은 글 2017.05.10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네- 시간은 또 소리 없이 계절을 데려와 어느새 난 그대 손을 놓쳤던 그 날이죠 아름다운 봄날에 핀 한송이 벚꽃처럼 아름답던 그대와 나 이제는 사라지고 혹여 우리 만남들이 꿈은 아니었는지 그대 함께 있던 순간이 너무나 아득해요 꽃이 진다고 그.. 일상/좋은 글 2017.05.04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 시 '아름다운 곳' 중에서 움이 튼다싶더니 벌써 푸른색이 짙어진다. 나이 들어가면서 맞이하는 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어릴 적 십리 길을 걸어오는 하굣길의 봄날은 보릿고개를 넘던 길이라 유난히도 길었던 봄날인데 말이다. 봄이 점점 빨리 지나간다는 것은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일 것이다. 봄.. 일상/좋은 글 2017.05.01
사월은 죄다 詩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온 세상이 파릇파릇 새싹 돋고 꽃 피는 사울, 맑은 날도 좋지만 비 내리는 날도 좋다. 카메라를 들고 마당가를 서성인다. 마당가에 핀 꽃들이며 떨어진 목련, 작은 물방울 하나까지 시다. 이해인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4월의 시 이 해 인 꽃무더기 세상을 삽.. 일상/좋은 글 2015.04.17
봄길 아직은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는 어제 나들이를 다녀왔네요. 집을 출발해서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유원지를 지나고 양동면 고송리 계곡을 지나 양동면소재지를 돌아 대신면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왔지요. 간단하게 과일 몇 가지 썰어 담고 설 차례상에 올렸던 전 몇 가지 데우고 따스한 모.. 일상/좋은 글 2015.02.26
구름 며칠 째 날이 꾸물거린다. 답답하다. 카메라를 들고 늦은 오후에 뒷산을 오른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이고 있는 구름은 말없이 저녁을 만든다. 구름에 관한 시 한 편 마음으로 되뇐다.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 일상/좋은 글 2015.01.27
나무처럼 아직 겨울 칼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이런 날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나무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은 곧 두 편의 시로 대변된다. 나무처럼 - 오세영 -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 일상/좋은 글 2015.01.13
아! 누구인가?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다. 이런 날에는 바람을 맞고 싶다. 남한강가를 서성인다. 여주 저류지 부근을 서성거리던 내 눈에 들어온 바람에 나부끼는 흰 깃발, 가슴이 짠하다. '이상향에 대한 영원한 향수와 그 슬픔을' 주제로 한 시 유치환의 <깃발>이 오버랩 된다. 깃발 유 치 환 이.. 일상/좋은 글 2014.07.24
솟대의 노래 한강을 따라 난 양평 자전거 도로를 걷던 길 한 무리의 솟대가 구름 속에 서있다. 솟대를 보면 아련하고 애달픈 그리움이 묻어난다. 특히 구름 속에 그들이 서있을 때는..... 솟대 김 필 연 얼마나 아리면 저리도 기인 꼿발로 섰을까 가슴에 안으면 저려서 가슴에 묻으면 아려서 기인 기다.. 일상/좋은 글 201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