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오 음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시내에 살다보니 언제가 오월인지 단오 날이 언제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며칠 전 종가집 불천위제사 사진을 찍으러 서애 유성룡 선생님의 종가인 충효당에 갔을 때, 종부를 비롯한 음식을 만드는 문중의 아녀자들의 머리에 궁구이를 꽂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찔 레 꽃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 우리 지역에 있는 산사를 몇 군데 둘러보았다. 오가며 만났던 들길이며,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어릴 적 내가 보았던 풍경과 닮아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흐린 날씨라 더욱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찔레꽃은 내 어린 날을 더욱 많이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모..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사 랑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한 번도 널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난 아버지가 날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스산한 겨울 바람에 가랑잎이 부대끼는 소리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내가 꿈인 듯 생시인 듯 혼미한 상태일 때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참새 잡기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고 들판의 곡식들도 거둬들여 가을걷이가 끝나면 참새 떼들은 먹이가 모자라 동네주변의 가시덤불 위에서 재재거리며 집안의 먹을 것을 넘보고 있다가 사람의 눈을 피해 번개같이 훔쳐 먹고 달아나곤 하니 그들보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그냥둘리 없다. 머리를 써서 ..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풋 구 풋굿(첫풀을 매고 난 뒤에 그해 벼농사가 잘 되기를 비는 굿)에서 유래되었으나 조금은 변형되어 순수한 우리말 호미씻이(농가에서 음력 칠월경 농사를 잠시쉬고 노는 일)의 뜻을 가진 낱말과 같은그 행사를 우리 지방에서는 풋구라고 불렀다. 내 어릴 적 이맘때쯤 음력 칠월 백중쯤이면 ..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참 정겨운 소리 얼마전 어느 잡지에서 보았습니다. 묵호항에 가면 아직도 작부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고 젖가락 장단에 맞추어 노래 부르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그 글을 읽으면서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술집은 아니었지만 평은유원지, 우..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모깃불 우리 어릴 적에는 이렇게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답답한 방안에서 저녁을 먹지 않고 마당에서 먹었었지. 그 시절 저녁메뉴는 주로 시원한 건진국시였는데 어둑어둑하게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 언니는 암반에 홍두께로 밀어 만든 칼국수를 부추나 애호박을 넣고 삶아서 금방 퍼 올린..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채송화 내가 어렸을 적 농촌은 어느 정도의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 뜨거운 여름철도 그늘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에 마당에 꽃을 심는 다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그러나 토지가 별로 없던 집의 처녀들은 다른 집 처녀들이 곡식을 기르는 일을 할 때 대신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며..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보리밥 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면 바람 따라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 그 물결을 만드는 장본인이 보리란 걸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얼마 전에 느끼게 되었어. 옛날에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땀난 목에 휘감기는 보리 까시래기가 떠올려졌거든. 오월이 지나고 유월..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
감꽃 얼마 전 카메라를 들고 내가 살던 곳과 아주 많이 닮은 동네, 길이 끝나고 더 갈 곳이 없는 그런 동네를 갔었어. 정신 없이 바쁘게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돌담 및 풀잎 위에 점점이 내려앉아 있는 감꽃을 발견하고 잠시 옛날 생각에 잠겼었어. 요즈음은 봄이 되어 가장 먼.. 일상/옛날 옛날에 2007.02.10